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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1인당 年진료비, 400만원 첫 돌파

진료비 28조원… 7년새 2배로

만 65세 이상 고령자의 1인당 연간 진료비가 지난해 처음으로 400만원을 넘어섰다. 전체 고령자 진료비는 지난해 28조3247억원으로 2010년(14조1350억원)의 두 배가 됐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고령화되는 우리 사회는 앞으로 고령자 진료비 증가와 건강보험 재정 부담 등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간한 '2017년 건강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1인당 연간 진료비는 425만5000원이었다. 2016년(398만3000원)보다는 27만2000원 늘어났다. 65세 이상 1인당 연간 진료비는 2012년 307만6000원으로 처음으로 300만원을 넘어섰고, 5년 만에 400만원대로 늘었다. 1인당 진료비는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금액과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금액을 합친 금액이다. 65세 이상 고령자는 지난해 680만6000여 명으로 전체 인구(5094만1000여 명)의 13.4%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지출한 진료비(28조3247억원)는 지난해 전체 진료비(69조3352억원)의 40.9%에 이른다.

고령자들은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을 1~2개 정도 갖고 있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한 합병증 등으로도 계속 치료를 받게 된다. 또 틀니·치과 임플란트 시술처럼 고령자가 많이 이용하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건보 혜택이 꾸준히 늘어나 고령자 진료비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건보공단은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약값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단장은 "고령자들은 만성질환 때문에 꾸준히 약을 먹는 경우가 많은데 약값 부담도 적지 않은 편"이라며 "효과가 더 좋은 새로운 약이 개발되면서 약값의 규모도 커졌을 것"이라고 했다. 공선영 국립암센터 대외협력실장은 "일부 암은 '만성질환화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암이 생긴 이후에도 치료·관리를 잘 받으면서 오래 생존하는 분이 많다"며 "이런 분이 많아지면서 고령자 진료비도 따라서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체 인구 중 만 65세 이상 고령자의 비율은 2010년 10.2%에서 지난해 13.4%까지 늘었다. 이 비율은 2026년엔 21%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2065년에는 42.5%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고령화 추세에 따라 고령자가 쓰는 진료비의 규모도 함께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건보 재정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의사의 방문 진료(왕진) 활성화를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도 고령화 추세 속에 건보 재정 부담을 줄이려는 방편이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 환자들의 입원이 늘면 건보 재정이 악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65세 이상 연령대가 앓는 질병을 분석하면 고혈압을 앓는 환자(262만3000명)가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치은염 및 치주질환(246만9000명), 급성기관지염(199만4000명) 등이었다. 65세 이상 입원 환자가 많은 질병은 노년 백내장(20만8000명), 알츠하이머성 치매(10만4000명), 폐렴(9만6000명) 순이었다.

조선일보 : 홍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