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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제주도 폐건물에 서자… 황금빛 클림트가 온몸을 감쌌다

서귀포에 '빛의 벙커' 전시 시작
작품 750점 영상이 벽과 바닥에 관객들은 작품 주인공된 듯 감상

세계 거장들의 예술 작품을 빛과 음악을 활용해 미디어 아트로 부활시킨 전시가 국내 처음 제주도에 상륙했다.

'황금 색채의 거장'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을 미디어 아트로 선보이는 '빛의 벙커(Bunker de Lumières)' 상설 전시관이 16일 서귀포시 성산읍에 문을 열었다. 클림트의 대표작인 '키스'와 '유디트' 등 작품 750여 점 영상이 음악을 배경으로 벽면과 바닥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빛의 벙커' 전시는 프랑스 예술 전시 기업인 컬처스페이스가 개발한 미디어 아트 기술 '아미엑스(AMIEX: 예술·음악 몰입형 체험)'로 표현된다. 비디오 프로젝터 100여 개에서 나오는 영상물이 넓이 3000㎡, 높이 5.5m 규모인 전시 공간을 순식간에 채웠다가 비우고 다시 채운다. 스피커 70여 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몰입감을 높인다. 관람객들은 작품 속 주인공이 된 듯 벙커 안을 자유롭게 거닐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제주 '빛의 벙커'는 2012년 첫선을 보인 프랑스 레보의 '빛의 채석장'과 파리 '빛의 아틀리에'에 이은 세 번째 프로젝트이자 첫 해외 전시관이다. 폴 고갱과 빈센트 반 고흐 등의 작품으로 구성한 '빛의 채석장'은 연간 80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인기 전시다.

제주 전시는 사용 용도가 폐기돼 방치되고 있는 벙커를 활용했다. KT가 국가 기간 통신망을 운영하기 위해 1990년 설치한 시설로 한국과 일본, 한반도와 제주 사이에 설치된 해저 광케이블을 관리하던 곳이다. 하지만 기술 발달로 해저 케이블이 필요 없게 되면서 폐쇄됐고, 2012년 민간에 매각됐다. 컬처스페이스와 합작한 한국 IT 기업 티모넷(Tmonet)이 1년간 공사 기간을 거쳐 전시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조선일보> 오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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