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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코코아'… "달콤하고 친근한 음악 만들 것".

이복남 한국작곡가협회 이사장, 올해로 사단법인 설립 40주년

"순수 음악을 작곡하며 사는 길이 결코 순탄치는 않아요. 어렵게 작품 하나를 완성해도 그 곡이 실제 무대에서 연주되기까진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지요. 그럼에도 작곡가들은 이전에 없던 음악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전 생애를 끌고 벽을 넘어요. 다 같이 맞이한 40주년은 그래서 더 애틋합니다."

한국작곡가협회(KOCOA·Korean Composers Association)가 사단법인 설립 40주년을 맞았다. 24개 클래식 작곡 단체와 작곡가 600여 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이복남(53·명지대 예술학부 교수) KOCOA 이사장은 "구한말 평양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 미국에서 관현악 작법을 배우고, 서울대 음대 교수와 숙명여대·경희대 음대 학장을 지낸 작곡가 김세형 선생이 협회를 만들었다"며 "영문 이름 앞글자를 따 '코코아'라 부른다. 우리 음악이 청중에게 달콤하고 친근한 존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며 "걸을 때에도 흥얼흥얼 멜로디를 만들었던" 그는 고1 때부터 작곡했다. 1987년 서울대 음대 작곡과를 졸업하고, 한 달 뒤 제50회 조선일보 신인음악회에서 현악사중주곡을 선보이며 데뷔했다. 미 럿거스대에서 작곡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서양의 현대음악 기법에 우리 전통음악의 장단과 판소리·민요·정가 등에서 따온 국악 요소를 버무려 작품을 써왔다.

2016년 10월 서울 세종체임버홀에서 개최한 제4회 작곡 발표회 '그리움, 소리 위에 얹다'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그의 작곡 세계가 잘 드러난 무대였다. "판소리 '심청가'에서 노랫말을 일부 발췌하고, 선율은 제가 새롭게 창작해서 15분짜리 곡을 만들었어요. 심 봉사가 딸을 얻고 좋아서 노래하는 장면, 심청이가 슬피 울면서 뱃사람들을 따라가는 장면, 왕비가 된 심청이가 달을 보면서 아버지를 그리는 장면을 짧은 창극처럼 구성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40주년 기념행사를 다양하게 마련했다. 먼저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심포지엄을 연다. 음악학자 민경찬(한예종 교수)과 지형주·강지영이 '한국 창작음악, 과거를 진단하고 미래를 논하다'를 주제로 우리나라 현대음악의 과거와 현황을 짚어본다.

28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리는 '2018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에서는 신진 작곡가 4인이 KOCOA가 위촉한 신작을 선보인다. 29일 서울 일신홀에선 현대음악 축제로 이름난 네덜란드 가우데아무스 음악제와 함께하는 음악회를 연다. 이복남 이사장은 "사람으로 치면 협회도 이젠 불혹이 됐다. 재능 있는 작곡가들이 마음껏 창작의 날개를 펼 수 있게 튼튼한 바닥을 깔아주는 것이 우리 협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김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