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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야크 명산 100` 완등한 이정수 씨 "산은 제 생명줄…뇌졸중 극복했죠"

"지금도 산을 안 타면 여기가 아파요. 산에 갔다오면 다리가 이렇게 퉁퉁 붓고 아파서 밤새 주물러줘야 하는데 안 다녀오면 몸이 더 아파요." 

말하고 싶은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하던 말을 멈추기를 수차례. 뇌졸중 후유증으로 어눌하지만 마디마디 힘이 실려 있었다. `블랙야크 명산 100` 완주자인 이정수 씨(65)는 산에 얽힌 본인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씨는 1953년 경남 함양군 마천면 칠선계곡 아래 작은 마을에서 9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를 대신해 생계를 책임지게 된 그는 중학교 졸업 후 열일곱 살에 서울로 상경해 대림동에 터를 잡고 특수고무를 다루는 기술을 배웠다.

제대 후 배운 기술을 토대로 `경남특수고무`라는 업체를 설립해 개인 사업도 시작했다. 그러던 중 건강에 이상 신호가 왔다. 사업 때문에 마셨던 술과 하루 네 갑까지 피웠던 담배가 문제였다. 

이씨는 "2000년 새해가 밝고 얼마 안 됐는데 평소와 달리 몸이 안 움직였다"며 "병원에 갔더니 뇌졸중이라고, 의사가 회복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고 말했다. 희망을 잃어가던 이씨는 관악산을 떠올렸다. 불편한 몸이지만 산에 올라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몸은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았다. 평지에서 한 걸음을 내딛는 것도 너무 힘에 부쳤다.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걸음을 뗀 지 1년 만에 혼자 힘으로 관악산을 오르며 자신감이 붙은 이씨는 동네를 벗어나 서울 근교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셋째 여동생 이삼순 씨가 그를 찾아왔다. 오빠가 산 타는 모습을 보고 블랙야크에서 진행하는 `블랙야크 명산 40` 참가를 권한 것이다. 

이씨는 일행에게서 민폐를 끼친다는 말도 들었다. 그럼에도 산은 포기할 수 없었다. 완등의 성취감 때문이었다. 이씨에게 등산을 권한 여동생들도 오빠와 함께 25좌를 오르며 용기를 북돋아줬다. 그런 이씨에게 40좌 중 마지막인 용문산(1157m)을 정복했던 순간은 아직도 뇌리에 깊이 남아 있다. 이씨는 당시를 회고하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용문산 정상에 섰던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나요. 내가 어려움을 모두 극복하고 그 자리에 섰잖아요. 그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40좌를 완등한 이씨는 내친김에 `블랙야크 명산 100`에 참가했다. 블랙야크의 소셜 액티비티 플랫폼인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을 통해 운영되는 `명산 100`은 2013년 첫 프로그램 론칭 후 7만7000여 명이 도전하고 있으며 완주자도 2700여 명에 달한다. 이씨는 100좌를 모두 오르는 데 성공한 뒤 100대 명산을 다시 한 번 오르는 `명산 100 어게인(Again)`까지 완주했다

"기회가 된다면 안나푸르나보다 더 높은 히말라야 고봉과 더불어 특히 금강산은 꼭 한번 오르고 싶네요. 제 `생명줄`인 산은 건강이 되는 한 계속 탈 겁니다."

<매일경제> 이영욱 기자 /사진 김재훈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