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05/2018120500128.html

"스노보드, 발에서 떨어지지 않게 끈으로 연결하세요"

스키, 안전하게 탑시다] [中]
초보자들이 출발 때 놓친 보드… 슬로프 타고 내려가며 '유령데크'
가속도 붙으며 설원의 '흉기'로… 밑에 있는 사람들 크게 다칠 위험

"오랜만에 스키장 갔다가 '유령데크'에 당했어요. 날에 옷도 찢어지고 엉덩이도 아프네요."

올해 초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유령데크는 스노보더가 실수로 떨어뜨리거나 넘어지면서 부츠에서 벗어나 눈 경사면을 타고 혼자 미끄러져 내려오는 보드를 일컫는 말이다.

겨울 스포츠 시즌만 되면 "넘어져 있는데, 유령데크가 손목을 쳤다" "회전을 하는데 유령데크가 내 보드를 쳐 넘어졌다" 등의 글이 어김없이 올라온다. 사람이 안 탔다고 충돌 충격이 작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최소 무게 3㎏ 정도 되는 스노보드가 경사 있는 슬로프에서 150~200m를 곧바로 내려오면 상당한 가속도가 붙는다. 부딪히면 손목뼈가 부서지거나 허리를 크게 다칠 수도 있다.

◇끈만 있으면 '유령데크' 막아

유령데크는 주로 초보자 슬로프에서 발생한다. 경사진 곳에서 보드와 발을 고정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보더들이 실수로 보드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막으려면 보더와 보드를 리시코드(끈)로 연결해야 한다. 하지만 1초라도 더 빨리 슬로프에 오르겠다는 생각 때문에 끈을 매는 작업조차 귀찮아하는 사람이 많다는 게 스키인들의 얘기다. 강경수 곤지암리조트 스키 패트롤 대장은 "외국은 스키장이 워낙 커서 한번 잃어버리면 못 찾기 때문에 리시코드를 반드시 하는데, 국내 스키장은 보드를 놓쳐도 패트롤이 다 찾아주니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다"며 "리시코드를 남의 생명줄처럼 생각하는 보더들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리프트 탈 땐 한 발에 보드 착용해야

스노보더는 리프트를 탈 때 보드를 손에 들지 말고, 한쪽 발에 보드를 착용해야 한다. 리프트에서 보드를 놓치는 사고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떨어진 보드는 밑에 있는 사람에게 부상을 입힐 수 있다. 리프트 탑승 후엔 같이 탄 사람들이 서로서로 안전을 확인한 다음 안전 바를 내려야 한다. 본인이나 다른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면 스키장 직원에게 큰 소리로 알려야 한다. 리프트에서 내릴 땐 좌우 사람의 이동 방향과 겹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안전 헬멧으로 머리 부상 44% 줄여"

한국소비자원이 올해 1월 강원·경기 5개 스키장 이용객 5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302명(60.4%)만 안전 헬멧을 썼고 198명(39.6%)은 비니 같은 보온·패션용 모자를 쓰거나 아무것도 착용하지 않았다. 같은 조사에서 부상 부위별 현황을 보면 머리·얼굴 부상이 22.6%에 달한다. 머리 부상은 자칫 뇌사나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는 안전 헬멧을 쓰면 머리 부상의 44%를 막을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안전 헬멧을 쓰지 않으면 리프트 사용을 막는 등 착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법은 '안전모 착용을 지도해야 한다'고만 규정돼 있다.

<조선일보> 송원형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