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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스테이크·조림·구이까지… 2030들 "방어가 혜자스러워서 좋아요"

겨울의 알싸한 공기 품은 방어
담백한 맛부터 기름진 맛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요리

더는 '어른의 맛'이 아니다. 한동안 방어는 고등어나 병어 같은 등 푸른 생선의 맛을 즐길 만큼 즐겨본 미식가들이나 찾는 생선이었지만, 요즘은 다르다. 서울 신림동에 사는 대학생 윤소진(28)씨는 친구들과 '방알(방어 맛을 아는 사람들)'이란 이름의 비정기 모임을 벌써 네 차례나 가졌다고 했다. 서울 연남동과 마곡동에 있는 유명 방어 횟집이 그가 자주 가는 곳. 윤씨는 "방어가 혜자스러워서 좋다"고 했다. '혜자스럽다'는 요즘 젊은이들이 '양도 질도 만족스럽다'는 표현을 할 때 쓰는 말로 가성비 높은 '김혜자 도시락'에서 따왔다. 윤씨는 "보는 것만으로도 일단 배부른 느낌이 들고, 입에 넣으면 두툼하고 풍성해 여러모로 흡족하다"고 했다.

방어회나 스테이크, 조림과 구이를 즐기는 게 2030 사이 '핫한 미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강릉과 통영, 제주 등지로 여행 떠나는 이들이 늘면서 구석구석 숨겨진 방어 맛집을 찾아내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프리랜서 디자이너 김윤(33)씨는 최근 제주로 여행 갔다가 방어 맛에 푹 빠졌다. "제주 모슬포항에서 열린 방어축제도 다녀왔고요, 요즘 새롭게 뜨는 방어 맛집도 찾아다녔어요. 방어는 회로만 먹는 줄 알았는데 뜻밖에 메뉴가 다양하더라고요. 무침도 있고 스테이크도 있고 찌개에 넣어 먹기도 하고."

제주 서귀포 대정읍에 있는 횟집 '올랭이와 물꾸럭'은 1인당 4만원에 방어 코스요리를 즐길 수 있어 소문난 곳. 어른 팔뚝만 한 방어를 등살과 뱃살, 배꼽살과 꼬리살 등으로 나눠 푸짐하게 차려주고 방어를 넣고 얼큰하게 끓인 김치찌개도 내온다. 아버지 김정호씨 뒤를 이어 2대째 식당을 운영하는 김민규 사장은 "담백한 맛부터 기름진 맛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게 방어다

방어회덮밥도 인기다. 자연 방사된 닭이 낳은 청란과 얇게 썬 양파·장아찌를 함께 넣고 비벼 먹는다. 한 그릇 차려낸 모양이 예쁜 데다 맛도 부담없어 20~30대 홀로여행족이 즐겨 찾는다.

방어 스테이크도 있다. 서울 서교동 '고메'나 연남동 '바다파스타' 등에선 계절마다 제철 메뉴로 방어 스테이크를 내놓는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카페 '쿠쿠루쿠쿠' 역시 대방어 스테이크로 이름났다.

'쿠쿠루쿠쿠'를 운영하는 유정은씨는 "갖가지 허브와 질 좋은 올리브유로 대방어를 마리네이드해서 4일 정도 숙성한 다음 갖은 야채와 함께 구워낸다. 겉껍질은 바삭하게, 생선살은 촉촉하게 살짝 덜 익힌 느낌으로 구워 육즙을 살려내는 게 포인트"라고 했다. '쿠쿠루쿠쿠'는 몇 달 정도 휴식기를 갖고 다시 문을 연다.

서울 마포 대물상회는 그때그때 동해 혹은 제주 바다에서 올라오는 대방어를 손님들 눈앞에서 갈라내 코스요리를 내주는 곳. 소셜미디어로 입소문 나 늘 만석이다.

<조선일보> 송혜진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