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ews.joins.com/article/23197262
단지 장애아라는 이유로…18년 만에 집에 돌아온 내 동생
“누군가 열세 살의 나한테 이렇게 말한다면 어떤 기분이었을까. 이제 가족들과 떨어져 외딴 산꼭대기 건물에서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과 살아야 해. 그게 가족의 결정이고 너에게 거부할 권리는 없어. 네가 장애를 타고났기 때문에.”
13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에서 장혜영(31) 감독은 한 살 어린 동생 혜정씨의 삶을 이렇게 돌이킨다. 중증발달장애를 타고난 혜정씨는 꼬박 18년을 장애인 시설에서 살다 지난해 다시 사회로 나왔다. 세 자매 중 둘째 장 감독과 함께 살게 되면서다.
Q :무슨 일이 있었나.
A “동생이이 있던 시설에서 상습적인 인권침해가 2016년 내부고발로 드러났다. 더 큰 충격은 증거가 있음에도 여러 부모님들이 공론화를 원치 않았단 사실이다. 문제 삼으면 갈 곳이 없다, 집에 돌아와도 돌볼 여력이 없다고 말이다. 장애를 이유로 사회에서 격리된 사람들의 인권 추락엔 바닥이 없었다.”
Q :다른 가족의 도움은.
A :“동생을 시설에 보내고 얼마 안돼 부모님이 이혼했다. 저는 조부모님 댁에 갔다.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 우리 사회에선 장애인 돌봄이 가족, 특히 어머니에게 오롯이 부과된다. 네가 문제 있어서 장애아를 낳은 게 아니냐며 죄인으로 만드는 시선이 있다. 저희 어머니는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의학으로 낫는 질병이 아니란 걸 알곤 종교적 기적을 바라셨다. 역설적으로 부모님은 늘 바쁘시고 저희끼리 놀다 보니 무척 가까운 자매가 됐다.
그는 “동생이 없을 땐, 누군가의 삶이 다른 사람의 삶을 이유로 이렇게 갑자기 사라져버릴 수 있다면 나의 삶 역시 내 것이 아니란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최소한 경제적으로 딸들을 건사하려 노력했던 아버지께 자랑 한 마디라도 됐으면 좋겠다”며 연세대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했던 그는 정상에 가까워져도 행복을 장담할 수 없는 무한 경쟁 풍토가 의미 없이 느껴졌다. 4학년이던 2011년 자퇴하면서 써붙인 ‘공개 이별 선언문’이란 대자보는 세간에 화제가 됐다. 그는 “명문대 졸업장을 따려고 1년 더 다니느니 그만둘 용기를 냈다”면서 “이후 제 인생은 하기 싫은 걸 안 하는 방식으로 길을 만들어왔다”고 회상했다.
자퇴 후 동생의 삶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 그는 시설을 집이라 여겨온 동생에게 함께 살자고 ‘구애’했다. 디즈니 만화를 좋아하는 동생과 일본 도쿄 디즈니랜드로 첫 해외여행도 다녀왔다.
그가 꿈꾸는 미래는 영화 속 자작곡에도 나온다. 둘이서 무사히 귀여운 할머니가 되는 것. “아직 우리 둘의 삶을 지탱하는 건 제가 잡고 있는 균형이죠. 인생을 걸고 버티고 있어요. 지금처럼 혜정에게 아끼는 친구들이 점점 많아져 튼튼한 보호막이 돼주면 좋겠어요. 이런 영화를 저처럼 사시라고 찍은 건 절대 아니고 제 나름대로 세상에 던진 질문이죠.”
<중앙일보> 나원정 기자
*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