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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되려했던 초심…봉사통해 확인했죠"

하와이 휴가 취소가 해외 의료 봉사활동으로 이러질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시작한 봉사활동도 벌써 15년이 됐네요." 

서울아산병원 교수연구실에서 최근 만난 선우성 가정의학과 교수는 해외 의료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웃으며 설명했다. 

선우 교수는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해외 의료봉사에 참여하게 됐다. 2004년 여름 조교수였던 그는 짧은 휴가를 이용해 가족과 하와이를 다녀오려고 했다.

병원에 일찍 휴가신청도 해 진료일정도 조정했다. 완벽하게 휴가 준비를 했건만 뜻하지 않게 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게 됐다. "발등 골절상으로 휴가를 취소해야 했어요. 그때 우연히 제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필리핀에 해외 봉사활동을 간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습니다.

정말 우연한 기회에 참여한 해외 봉사활동이었지만 이는 선우 교수의 삶을 바꿔놓았다. 그가 간 곳은 필리핀에서도 오지로 주민들이 13년 동안 의사를 구경도 해 본 적이 없는 마을이었다. 선우 교수는 "선교사의 안내를 받아 마을에 도착했을 때 수십 명의 환자를 보면서 의과대학에 입학할 때의 초심을 떠올리게 됐다"며 "평소 병원에 밀려드는 환자들을 진료하며 내가 의사가 된 이유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데 필리핀에서 첫 해외 진료 활동을 하면서 그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필리핀을 다녀온 선우 교수는 이후 병원으로 돌아왔고 뜻을 모은 다른 의료진과 함께 봉사활동을 다니게 됐다. 의대생 기독교 서클을 도와준 것이 계기가 돼 병원 차원에서 만든 `아산의료봉사단` 활동에 참여하게 됐다. 캄보디아, 라오스, 인도네시아, 네팔, 베트남, 그리스 등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떠났다. 

"현지 병원과 협조가 잘 되면 병원을 이용하기도 했지만 현지 사정에 맞는 장소를 구할 때도 많았습니다. 폐교부터 심지어 닭장까지도 간이 진료소로 활용한 적이 있어요.

1년 뒤 선우 교수는 봉사단과 함께 같은 마을을 찾았다. 그곳에서 밝게 웃는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봉사단이 마을을 다시 찾았단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온 것이다.

선우 교수만큼 봉사활동에 열심이었던 선우 교수의 딸 선우윤 씨도 의대에 진학했다. 딸의 꿈은 초등학교 교사였는데 아버지를 따라 해외 봉사를 다니며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아버지가 좋은 롤모델이 된 셈이다. 선우 교수는 "딸이 곧 인턴을 마치고 오는 3월 소아과 레지던트가 될 예정"이라며 "나와는 다른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으니 그곳에서 봉사활동을 해도 좋고 기회가 된다면 같이 가보고도 싶다"고 말했다. 

선우 교수는 의료단과 함께 오는 3월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올해도 꾸준히 해외 의료봉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고 안락한 삶을 추구한다면 의사란 직업이 힘들 거예요. 하지만 이 일은 `(의사로서)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다한다`는 점을 되돌아보게 만들어 줍니다. 기회가 된다면 정년퇴임 전까지는 봉사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어요.

<매일경제> 이영욱 기자

*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