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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엔 닭고기 넣은 '닭장떡국'… 경상도엔 동그란 떡 '태양떡국'

"엄마, 떡국 더 주세요. 그러면 빨리 어른 되는 거잖아요?" 새해 첫날 올해 우리 나이로 일곱 살과 다섯 살 되는 아들들이 그릇을 들고 엄마에게 달려갔다. 우리 집은 아직도 신정(新正)을 쇤다. 나이 더 먹고 싶어서 떡국 더 먹겠다는 아이들을 보니 '너희는 어려서 참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동시에 떡국이 우리 한민족에게 얼마나 큰 상징을 지닌 음식인지 새삼 느껴졌다.떡국은 지역마다 같으면서도 다르다.

떡국떡이 들어간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떡국 국물을 무엇으로 끓이느냐 혹은 만두를 함께 넣어 먹느냐 등에 따라서 다양한 변화가 생겨난다. 소고기로 국물을 내는 게 일반적이나 지역마다 흔하고 맛있는 재료를 활용했다.

경남 마산, 통영, 거제 등 바닷가 고장에서는 굴을 넣어 시원하고 개운한 떡국을 끓인다. 초당순두부가 유명한 강릉 인근에서는 두부와 만두를 넣은 두부떡만둣국을 먹는다.

전라도에서는 닭고기를 장조림처럼 찢어 간장에 조린 닭장으로 닭장떡국을 끓여 먹는다. 충청도에서는 떡국떡 대신 멥쌀가루를 치댄 반죽을 수제비처럼 그대로 넣는데, 떡 찌는 과정이 생략돼 '날떡국' '생떡국'이라 부른다.

경상도 '태양떡국'은 다른 지역에 없는 독특한 떡국이다. 독특하다지만 다른 지역처럼 별난 재료가 들어가지는 않는다. 국물도 평범한 소고기 육수다. 다만 떡국떡을 길쭉한 타원형이 아닌 동그란 원형으로 썰어 넣는 게 다르다.

태양떡국은 떡국의 원형이다. 과거에는 떡국떡을 동그랗게 썰었지 요즘처럼 타원형으로 썰지 않았다. 떡국떡을 타원형으로 자르게 된 이유는 확실치 않다. 궁중음식연구원 한복려 원장은 "직각보다 사선으로 칼질하기가 더 쉽고, 어슷썰기하면 떡국떡이 훨씬 커져 푸짐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추측한다.

숟가락으로 떠보니 동그란 떡국은 숟가락 표면에 빈 부분이 넓었지만, 타원형 떡국은 숟가락을 거의 꽉 채워 확실히 더 풍성한 느낌이 났다. 아이들 입에는 동그란 떡국이 더 알맞겠다. 설은 새로운 해를 맞는 날이고, 그런 의미에서 동그란 떡국떡을 넣어 끓인 떡국이 더 어울린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올 설에는 동그란 떡국떡으로 떡국을 끓여볼 만도 하다. 아쉬운 건 동그란 떡국떡은 파는 곳이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적어도 기자는 동그란 떡국떡을 파는 매장은 물론이고 인터넷 사이트도 찾지 못했다. 직접 썰어서 쓰는 수밖에는 없다.

요즘이야 드물지만, 예전에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가래떡을 떡집에서 사다가 집에서 떡국떡을 썰었다. 쌀을 방앗간에 가져가 빻아서 가래떡으로 뽑는 정성을 들이기도 했다. 떡국떡을 잘 썰려면 가래떡을 속까지 단단하게 굳혀야 한다

 다용도실이나 난방하지 않는 방처럼 서늘한 곳에서 하루나 이틀 정도 두면 적당하게 굳는다. 어릴 적 어머니가 가래떡 썰면서 TV 가요대상을 시청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올 설에는 내가 가래떡을 동그랗게 썰어서 태양떡국이나 끓여 먹어볼까보다.

<조선일보> 김성윤 기자

*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