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chosun.com/national/people/2022/02/12/JK2NKBWVLRB25PWTOPLCPSSP3U/

“장애 아이들도 행복 느끼는 동화 만들고 싶었어요”

“휠체어를 탄 소녀를 위한 동화 보신 적 있으세요? 정말 찾기도 어려울 정도라 아예 저희가 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나오는 동화를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서울 관악구 서울대 우정글로벌사회공헌센터에서 만난 서울대 재학생 한승연(22·간호학과), 안은선(21·국어국문학과)씨가 직접 만든 동화책을 펼쳐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두 사람을 포함한 서울대 ‘글로벌사회공헌단 학생사회공헌단’의 ‘해필리 에버 애프터(happily ever after)’팀 18명은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동안 서울 관악구에 사는 장애 청소년들과 힘을 합해 5편의 동화책을 만들었다. 스릴러⋅판타지 등 장르도 다르고 줄거리도 차이가 나지만, 모두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장애가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이런 책을 만들게 된 것은 한승연씨가 지난 6월 우연히 ‘휠체어를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라는 캐나다 작가 어맨다 레덕의 책을 접하게 되면서다,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고전 동화 곳곳에 장애에 대한 편견이 담겨있다는 걸 소재로 삼은 책이다. 한씨는 “코로나를 2년 가까이 겪으며 대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이 크게 줄어 뭔가 의미 있는 생활을 해보고 싶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면서 “동화 속 주인공처럼 장애를 가진 친구들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 직후 두 사람은 팀을 만들어 동화책 만들기를 시작했다. 동화나 만화영화에서 대부분 마지막은 ‘주인공은 그 뒤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happily ever after)’라고 끝난다는 점에서 영감을 얻어 팀 이름도 ‘해필리 에버 애프터’로 지었다고 한다.

팀원 18명은 매주 한 차례씩 서울 관악구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소개해 준 장애 청소년 5명과 함께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장애인에 대해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장애인을 돕고 가르치는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쓴 글을 많이 읽으며 공부했고 사회복지학과 수업도 들었다고 한다. 책을 함께 만든 장애 청소년 5명은 상상력을 발휘해 책 속 인물들을 만들어냈다. 예를 들어 공포 영화와 좀비를 좋아한다는 한 장애 청소년 학생은 사람도 인간도 아닌 ‘슈바바’라는 새로운 존재를 창조했다. 이 학생이 창작에 참여한 동화 ‘안녕 슈바바’에서 슈바바는 인간 세계로 와 겪는 차별을 지현이와 함께 극복해간다. 생일 파티와 사막을 좋아한다는 다른 여학생은 사막에서 친구와 모험을 하고 생일 파티를 즐기는 동화 ‘사막에 간 하늬’를 만들었다.

해필리 에버 애프터팀은 동화책 하나당 50권의 책을 만들어, 장애인 복지 시설과 국공립 도서관 등에 기증할 계획이다. 안씨는 “동화는 어릴 때 많이 읽는 만큼 길게는 한 사람의 삶 전체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장애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장애인에 대해 다룬 동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강다은 , 김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