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일곱 이도연 장애인체전 MVP

크로스컨트리 3관왕 '철의 여인' "세 딸에게 얼른 자랑하고 싶어"

나이는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이도연(47·전북장애인바이애슬론팀)이 15일 막을 내린 제16회 전국 장애인 동계체육대회 MVP(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이번 대회 3관왕(여자 크로스컨트리 4.5㎞ 프리 좌식·3㎞ 클래식 좌식, 바이애슬론 스프린트 4.5㎞ 좌식)에 올랐다. 이도연은 기자단 투표 총 23표 중 10표(43.5％)를 획득, 알파인스키 여자 시각 장애 부문 2관왕 최사라(16·7표)를 제치고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이도연은 수상 직후 본지와의 통화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40세 넘어서 생전 처음 MVP를 받을 줄 꿈에도 몰랐다. 딸들한테 엄마 상 탔다고 빨리 자랑하고 싶다"고 했다.

이도연이 지난해 3월 평창 동계패럴림픽 당시 크로스컨트리 10㎞ 오픈 계주 경기를 마친 뒤 하트 세리머니를 펼치는 모습. /김지호 기자

이도연은 포기 모르는 근성으로 '철의 여인'으로 통한다. 지난해 3월 평창 동계패럴림픽 때 한국 최고령 선수로, 노르딕스키 7개 종목에 출전해 총 50㎞를 완주했다. 메달권과 거리가 멀었지만 모두 레이스를 마쳤다. 이도연은 열아홉 살에 낙상 사고로 허리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됐다. 30대 중반 생활 체육의 하나로 탁구를 시작한 그는 마흔 살이던 2012년 육상으로 전향하자마자 장애인 전국체육대회 3관왕(창·원반·포환던지기)에 올랐다. 이듬해엔 핸드사이클에 입문, 2014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2관왕이 됐다. 2016 리우 하계패럴림픽에선 은메달을 땄다. 그해 11월 노르딕스키를 시작해 1년 만에 국가대표로 뽑혔다.

싱글맘으로 20대 딸 셋을 둔 이도연은 "딸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어 악바리 근성으로 버텼다"고 했다. 이도연은 대회 직후 조만간 핸드사이클 훈련에 들어간다. 2020 도쿄 하계 패럴림픽 금메달이 목표다.

이번 대회에는 경기도가 2만31.60점을 얻어 종합 우승(금17·은20·동13개)을 차지했다. 권상현(22·전북장애인바이애슬론팀)은 남자 크로스컨트리 6㎞ 프리스탠딩·4㎞ 클래식 스탠딩, 바이애슬론 4.5㎞ 스탠딩 금메달로 이도연과 함께 대회 공동 최다관왕에 올랐다.

<조선일보> 주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