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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출산율 20대는 13%, 30대는 6% 줄었다

2018 출산·사망 통계 살펴보니

부산의 한 고등학교 교사 김모(34)씨는 결혼 4년 차인데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다. 공기업에서 일하는 한 살 연상의 남편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딩크족(의도적으로 아이를 낳지 않는 맞벌이 부부)'이 될 생각은 없었지만, 육아 문제로 갈등을 겪는 주변 사람들을 보며 자연스레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했다. 김씨는 "육아에 소모되는 비용과 시간을 각자를 위해 쓰는 편이 낫겠다고 결론 내렸다"고 했다. 김씨가 친하게 지내는 고등학교 동창 5명 중 아이가 있는 사람은 딱 한 명뿐이다. 아예 결혼하지 않는 '비혼(非婚)주의'를 택한 친구도 두 명이나 된다.

결혼하지 않거나,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이 늘면서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98명으로 사상 첫 0명대에 진입했다.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출생·사망 통계'를 보면 앞으로도 저출산 문제가 해소되지 못할 조짐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노산 가속화…20대 후반은 30대 후반보다 아이 낳지 않아

지난해 여성 1000명당 출산율을 보면 4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감소했다. 특히 주 출산 연령으로 분류되는 20대와 30대 여성의 출산율은 각각 24.4명과 66.1명으로 2017년 대비 13%, 6%씩 감소했다. 또 20대 후반(40명)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으면서 처음으로 30대 후반(46.1명) 출산율이 20대 후반을 앞질렀다. 10년 전만 해도 20대 후반 출산율이 30대 후반보다 4배 가까이 높았다.

이에 따라 평균 출산 연령은 32.8세로 전년보다 0.2세 많아졌다. 35세 이상인 고령 산모 비중도 전년보다 2.4%포인트 증가한 31.8%였다. 기혼자 사이에 다자녀를 기피하는 경향은 더욱 뚜렷해졌다. 첫째아 수가 전년보다 5.9% 감소하는 동안 둘째아(-10.5%)와 셋째아(-19.2%) 이상은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전국으로 확산되는 0명대 저출산

저출산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모습도 뚜렷해졌다. 17개 시·도 모두 합계출산율이 감소하는 현상이 2016년 이후 3년 연속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엔 대전(-11.3%)과 울산(-10.2%)이 큰 감소 폭을 나타냈다. 합계출산율이 1.0을 밑도는 지역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16년에는 서울(0.94명) 한 군데만 합계출산율이 0명대였으나, 2017년엔 서울(0.84명)과 부산(0.98명) 등 2개 도시로 늘었다.
◇결혼 줄고 만혼(晩婚) 확산

합계출산율이 0명대로 추락한 원인은 복합적이다. 먼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인구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주 출산 연령인 30~34세 여성 인구는 지난해 156만6000명으로 전년(164만9000명)보다 5%나 감소했다.

여기에 결혼 건수도 매년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결혼 건수는 25만7700건으로 1년 전보다 2.6% 줄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10년 중 가장 많은 결혼 건수를 기록한 2011년(33만1500건) 이후 7년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이다.

결혼 시기도 꾸준히 늦어지고 있다. 지난해 20대 후반의 1000명당 혼인율은 남성 31.5건, 여성 57.1건으로 전년보다 2건, 3.5건씩 감소했다. 20대 후반 여성 혼인율이 60건 아래로 내려간 건 지난해 처음이다. 취업이 점점 늦어지고 주거비나 양육비 부담이 커지면서 결혼을 미루거나 기피하는 것이다.
<조선일보> 신수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