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02/2019040200112.html

이 카르보나라엔… 밀가루가 1g도 없습니다

건두부
종잇장처럼 얇고 식감은 쫀득… 건두부, 다이어트 재료로 인기
가늘게 채 썰어 비빔면 만들고 토마토소스·치즈 올려 피자로

"파스타가 아니라 두부라고?" 직장인 정규연(32)씨는 지난 주말 친구 부부의 집들이에 갔다가 신세계를 경험했다. 이날 메뉴는 카르보나라 파스타와 야채쌈.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중인 정씨가 선뜻 먹지 못하고 망설이자 집주인은 "밀가루 1g도 안 들어간 음식"이라며 파스타를 권했다. 건두부를 가늘게 썰어 면 대신 넣었다고 했다. 정씨는 "쫄깃하고 고소하면서도 밀가루 면보다 담백하고 깔끔했다"면서 "다이어트에도 좋은 것을 알고 나니 더욱 맘에 들었다"고 했다.

중국 요리에 주로 쓰였던 건(乾)두부가 새롭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마트·롯데마트 같은 대형 마트에도 최근 건두부 코너가 따로 생겼을 정도다. 중국 식재료를 취급하는 온라인 사이트에서도 폭발적으로 팔려나가는 추세다. 2015년쯤만 해도 국내에서 건두부를 만드는 공장은 중국인들이 많이 사는 서울 가리봉동 근처 한두 곳뿐이었지만, 최근엔 전국 100여 개로 크게 늘었다. 국산 콩으로 건두부를 만드는 '라라스팜'은 지난해보다 매출이 400％ 늘어난 곳. "훠궈나 마라탕 같은 중국 요리 전문점이 많아지면서 일반 대중에게도 건두부가 널리 알려졌고 거부감도 줄었다. 요즘은 고단백 다이어트 건강식으로 소개되면서 전국에서 주문이 들어온다"고 했다.

'포(脯)두부'로도 불리는 건두부는 일반 두부처럼 뽀얀 흰색을 띤다. 종잇장처럼 얇고 식감은 육고기처럼 쫀득하다. 만드는 방법은 일반 두부와 비슷하다. 콩을 갈아 만든 순두부를 틀에 담아서 누르면 일반 두부가 되는데, 건두부는 순두부를 잘게 으깨 면포와 면포 사이에 넣고 압착해서 완성한다. 면포 사이에 순두부를 샌드위치처럼 끼워 겹겹이 쌓아 누르면 수분 함량이 확 줄어든 두부, 건두부가 되는 것이다. 수분이 적어서 유통기한도 한 달 정도로 일반 두부보다 길다. 국산 콩으로 만든 건두부의 경우엔 100g에 3000원 정도로 일반 두부와 가격도 비슷하다.

여러 요리에 응용하기도 좋다. 건두부를 가늘게 채를 썰어 면처럼 만든 뒤 양념을 곁들여 완성한 비빔면이 대표적. 이탈리아 음식 라자냐에 넓적한 면 대신 건두부를 넣는 것도 인기다. 주부 이주영(37)씨는 "전자레인지에 돌린 다음 간장 찍어 먹으면 일본식 국수 요리 쓰케멘과도 비슷해지고, 토마토소스와 치즈를 올리면 피자도 된다. 에어프라이어에 튀기면 과자처럼 바삭해져서 맥주 안주나 아이들 간식으로도 좋다"고 했다. 건강식에도 활용된다. 당뇨병 환자에게 소면 대신 건두부를 넣은 국수를 해주는 식. 건두부를 반찬으로 내는 음식점도 나왔다. 돼지고기 프랜차이즈 '감성돼지'는 구운 돼지고기를 싸먹는 재료로 명이나물·깻잎과 함께 건두부를 내놓고 있다.

<조선일보>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