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19/03/183670/

오감으로 느끼는 남해의 봄·봄·봄

꽃꽃, 하다 보면 훅 지나가 버리는 게 봄이다. 식상한 꽃 말고, 다이내믹 봄나들이 코스는 없을까. 아, 뭔가 묵직한 역사 이야기도 담겼으면 좋겠다. 그런 봄나들이 코스라면 남해만 한 곳이 없다. 그래서 이번 호엔 남해로 간다.

꽃에 밀려 늘 봄이 억울했던 남해로의 나들이다.

남해의 빗장은 대개 남해대교를 건너는 것으로 푼다. 남해대교 끄트머리에 다다르면 소녀의 양 갈래 머리처럼 길이 나뉜다. 왼쪽으로 내려서면 그 유명한 충렬사다. 이순신 장군의 사당이다. 이곳 즐기는 법 좀 특이하다. 밤에 한 번, 낮에 한 번씩이다. 왜냐고? 우선 낮. 충렬사 자체의 의미를 즐기는 타이밍이다. 낮이 역사를 가슴에 새기는 타임이라면 밤은 눈을 정화하는 시간이다. 충렬사 앞에서 바라보는 남해대교 전경은 단연 최고다. 낮에는 쪽빛 바다와 어우러지고, 밤에는 아른아른 불빛을 뽐내며 아름다움을 배가한다. 

남해대교 아래가 노량해협이다. 조선시대 때 `화전별곡`의 김구, `구운몽`의 김만중 등이 노량해협을 건너 유배 왔고, 임진왜란의 마지막 전투이자 `내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며 순국한 충무공의 정신이 서려 있는 포인트다. 

좀 더 남쪽으로 내려가자. 남해를 대표하는 풍광 감상 타이밍이다. 몽돌해변과 응봉산을 거치면 이내 가천 다랭이마을에 닿는다.

◆ 올망졸망 마을 따라 봄바람 솔솔 
다랭이마을에서 나와 30여 분 동쪽으로 내달리면 신전삼거리 일대다. 잠깐 나비 지도로 돌아가 보자. 이 포인트가 남해 나비 몸체에 해당하는 남해의 정중앙이다. 예서 오른쪽 날개 쪽으로 넘어가면 남쪽으로 두모마을 지나 상주은 모래비치다.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 미조항을 지나면 물미해안도로다. 남해의 가장 동쪽 해안으로 따르는 길로, 코너를 돌 때마다 바다가 차 안으로 파고든다. 핸들을 놓치면 그대로 쪽빛 바다에 풍덩 빠질 것 같은 아찔한 느낌이다. 

오른쪽으로 계속 따라오던 마안도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물건리 방조어부림이다. 해풍을 막을 만한 거대한 숲. 팽나무, 말채나무,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이팝나무 등 활엽수와 상록수인 후박나무까지 들어차 있다.

남해 나들이 방점은 무조건 이곳에서 찍어야 한다. 마을 뒤편 언덕으로 차를 몰면 곧장 보이는 독일마을. 1960년대에 산업 역군으로 독일에 파견된 동포들이 귀국해서 정착한 마을이다. 실제 독일의 작은 마을을 남해로 옮겨다 놓은 듯 오렌지빛 지붕의 집들이 수십 채 도열해 있다. 좋다. 맥주 한잔 기어이 하고 가야 하는데, 아 이 지면, 하필이면 틴매경이다. 나라의 기둥이 될 그대들을 위해서라도, 음주 기사, 안 된다. 참는다. 그대들은 사회생활 하면서 꼭, 독일마을 맥주를 맛보실 것. 

<매일경제> 신익수 기자

*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