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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 편한 옷은 모두가 입기 좋은 옷"

오픈마켓 옥션의 전문관 케어플러스에는 최근 새로운 브랜드가 입점했다. 뇌병변·발달장애인을 위한 의류 `베터베이직`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의류와 큰 차이가 없지만 입어보면 다르다. 소매와 몸통을 연결하는 진동이 넓어 입고 벗기 편하다.

뒤에서 감싸 여밀 수 있어 앉거나 누운 상태에서도 쉽게 입을 수 있다. 베터베이직은 뇌병변을 가진 아이의 엄마 박주현 대표(47)가 아이를 위해 제작했다

팔을 억지로 꺾게 될 때도 많다. 이 때문에 품이 큰 대형 사이즈 의류를 주로 사는데, 이미 체형이 길어진 터라 맞지 않았다. 조금만 활동해도 옷이 올라가고, 등 부분 맨살이 드러났다. 체온이 떨어져 배앓이도 잦았다. 

박 대표는 "아이가 직접 옷매무새를 고칠 수 없는데, 몸을 내놓고 다니는 게 싫어 리폼을 시작했다"고 했다. 손재주가 좋아 취미로 퀼트 가방 만들기를 해왔던 터였다. 가방 브랜드는 동생에게 맡기고, 박 대표는 `아이에게 잘 맞는 편한 옷` 만들기에 돌입했다. 

비장애인을 위해 디자인된 옷을 고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미국이나 영국, 호주에서는 뇌병변이나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입는 옷을 판매한다. 

박 대표는 해외에서 여러 제품을 구매했지만 품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서구인 체형과 한국 아이들 체형도 많이 달랐다. 그는 직접 의류 수선을 배웠다. 2017년에는 장애아동을 위한 의류 수선으로 여성창업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표준 사이즈 제작이었다. 비장애인은 `55` `66`식으로 가슴둘레나 목둘레, 총 길이 등이 표준화돼 있다. 장애인 전문 의류는 표준 사이즈 자체가 없었다. 박 대표는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과 학부모 도움을 받아 나이별, 키별 모델을 모았다. 수없이 입혀보며 고쳤다. 가랑이부터 어깨까지 길이를 반복해서 쟀다. 마른 아이들을 위해 티셔츠 품은 일반 의류보다 좁게 잡았다. 

박 대표는 "도와준 분들이 많아 감사하다"고 했지만 "그래도 힘든 일이 많다"며 웃었다. 장애인 전문 의류는 일반 의류와 패턴과 디자인이 다르다. 왜 이런 옷을 만드는지, 길이는 왜 긴지 제조업체에 일일이 설명해야 했다. 

한번에 1만장씩 찍어내는 다른 의류보다 소량이라 맡겠다고 나서는 업체도 적었다. 박 대표는 "그래도 샘플 가격에 맞춰 소량도 제작해주시고, 좋은 취지라고 동참해주신 분들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베터베이직의 최종 목표는 `옷 잘 만들기`가 아니라 `옷을 통해 생각 바꾸기`다.

 "장애인이 입기에 편한 옷은 비장애인이 입으면 더 편해요. 서로 같은 옷을 입어보고, 몸이 다르다는 걸 느끼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그는 장애인에 대해서 정보가 너무 적어 편견이 생기고, 오해가 쌓인다고 봤다. 박 대표는 "작년까지는 상품 개발에만 주력했는데, 올해는 비장애인과 함께 하는 인식 개선 캠페인을 더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이유진 기자

*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