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19/05/299919/
클림트와 만나는 제주 성산 `빛의 벙커`
통신시설로 사용됐다 방치
`움직이는` 전시장으로 변신
몰랐다. 여행 전문인 기자도 이번에 알았을 정도니.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비밀 공간. 해설사 설명을 들으면 그제야 이해가 간다. 제주 성산읍에 숨어 있던 이 벙커, 1990년 해저 광케이블 관리를 위해 지하 벙커 내부에 국가 통신시설을 설치했던 곳이다. 관리도 군에서 맡았다.
이후 민간에 관리권이 넘어간 뒤 방치돼 오다 결국 양지로 나온 것이다. 이 지하벙커가 요즘 성산을 달구고 있다. 예술작품 전시관으로 트랜스포밍했는데, 대박이다. 말이 지하벙커지, 규모가 그야말로 매머드급이다. 지하공간인데 높이만 10m. 게다가 넓이는 축구장 절반 수준인 3000㎡(약 900평)에 달한다. 비밀 벙커라는 원지형 특성을 살려 대형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을 그대로 노출시켰고, 비밀 벙커답게 흙과 나무로 덮어 산자락처럼 보이도록 위장한 것도 압권이다.
밝은 세상으로 나오면서 지어진 이름은 빛의 벙커. 빛과 어둠의 대비다. 그러고 보니 이 콘셉트 익숙하다. 폐광이나 버려진 곳에 예술을 입히는 이 콘셉트, 미디어아트 `아미엑스(AMIEX·ART&MUSIC IMMERSIVE EXPERIENCE)` 프로젝트와 닮았다. 아닌 게 아니라 해설사의 입에서도 아미엑스 프로젝트 설명이 나온다. 역사(驛舍), 광산, 공장, 발전소 등 산업 발전으로 도태된 장소에 프로젝션 매핑 기술(프로젝터로 빛을 투사해 공간감과 실제감을 극대화시키는 기법)과 음향을 활용한 전시 영상을 투사하는 전시 아미엑스다.
올가을까지 이어지는 전시의 메인 작가는 구스타프 클림트(19세기 후반 오스트리아 대표 화가)다. 입구에 들어서면 컴컴한 지하 동굴의 선선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는다. 벙커 안은 소리 차단으로 방음 효과가 완벽해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에 최적의 장소라는 말이 실감이 간다. 이내 귓전을 감도는 잔잔한 음악. 바그너의 오페라와 베토벤의 교향곡들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빛의 향연. 눈앞에 클림트의 원작인 키스와 함께 형형색색 그림과 색채들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정지한 그림의 원작과는 차원이 다른, `움직이는 그림` 감상이다. 이렇게 이어지는 클림트의 작품은 750여 점에 달한다. 정말이지, 끝내주는 `바닥 투어`다.
▶빛의 벙커 100배 즐기는 Tip= 미디어아트 빛의 벙커 전시 기간은 올 10월 27일까지.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7시(입장 마감 오후 6시)다. 주소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2039-22
<매일경제> 신익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