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19/06/398902/

"지하철 타고 바다 보는 부산으로 오이소"

"부산 여행의 발이 뭔지 아세예? 그게 도시철도(지하철) 아닙니꺼." 

철도와 관련한 국가기관(건설교통부·항공철도국·국토해양부·국토교통부)의 실무 책임인 `철도과장`과 `단장`만 4번을 거친 철도통. `푸파` 엔진 소리만 듣고도 열차 상태가 짐작이 간다는 이 남자, 이종국(62)이다. 부산교통공사 사장으로 부임한 지 불과 4개월 남짓. 벌써 굵직한 사투리가 섞여 나온다

◆외지인은 절대 모르는 `도시철도 1호선` 잇템 

이 사장이 직접 꼽은 부산여행의 잇템 첫 번째가 바로 이 도시철도 티켓이다. 노란색. 가운데 고동색 라인. 1985년도 1호선 라인이 첫 등장했을 때, 그 티켓, 그 모습 그대로다. 

"사실 여행족 버킷리스트 톱에 들어가는 게 여행지 기념 잇템(반드시 사야 하는 아이템)이거든요. 부산에 온 외국인들이 0순위로 일단 수집하고 가는 게 이 노란색 지하철 티켓이지요.

기자에겐 `응팔`로 남아 있는 이 티켓. 한데 이 사장의 표정이 약간 씁쓸하다. 이유를 물었다. "종이 티켓 유지비가 장난이 아니지요. 그래서 일단 3년간은 꾸려보고, 그 이후에 존속 여부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타지 여행족들은 잘 모르는 독특한 `종일권` 티켓도 인기다. 종일권은 시티투어 버스 티켓처럼 한번 끊으면 하루 종일 도시철도를 이용할 수 있는 일일권. 가격도 싸다.

◆도시철도로 가는 요즘 SNS 핫스폿 3 

알뜰족의 부산 나들이를 위해 도시철도(지하철)로 다닐 수 있는 신상(새로운) 여행지를 꼽아달라고 요청했다. 청산유수다. 질문과 동시에 핫스폿이 줄줄이 나온다. 

그가 꼽은 넘버원 핫스폿은 다대포해수욕장. 가장 최근 개통한 1호선 연장 구간의 종착역이자 서부산 대표 관광지다. 해 질 녘 감홍빛 낙조와 함께 어우러지는 낙조분수의 장관은 덤. 여름마다 걸출한 뮤지션들이 몰려드는 부산록페스티벌도 이곳 다대포해수욕장과 가까운 삼락생태공원에서 열린다. 

이 사장이 두 번째로 꼽은 지하철 신상 여행지는 수안역(도시철도 4호선). 수안 지역은 임진왜란 당시 가장 치열했다는 동래성 전투의 아픈 현장이다. 도시철도 역에 동래읍성 임진왜란 역사관이 조성돼 있는 부산도시철도의 대표적인 테마역사다. 

"2005년 수안역사를 짓기 위해 굴착공사를 하는데 해자터가 발견됐지요. (놀랍게도) 이전까지 동래읍성 해자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으로만 전해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

무늬만 박물관도 아니다. 보물 제392호인 동래부순절도를 비롯해 당시 조선군이 사용했던 화살, 칼, 투구, 갑옷 등이 전시돼 있는 매머드급 박물관이다. 

신상은 아니지만 그가 부산교통공사 부임 후에 반한 역은 범내골과 범일동. 늘 이 역에 내릴 때면 강렬한 에너지가 넘치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 두 역의 `범`이 호랑이를 뜻한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호랑이의 기운을 받는 `파워스폿`이라니. 인터뷰가 끝난 뒤, 범내골·범일동 역부터 찍어야겠다. 

<매일경제> 신익수 기자

*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