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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마트 무너진다는데 나홀로 웃는 이유…‘단단한 단골’ 덕분”

서울 외곽에 있는 29.5평짜리 슈퍼마켓-. 가게 이름이 플랜차이스 점포가 아니라 ‘신흥마트’라고 하면 으레 무너지는 골목상가 중 하나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생긴다. 그만큼 슈퍼마켓 하나 운영하기 힘든 게 요즘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현실이다. 
  

그런데 보란 듯이 “잘 나간다”며 환하게 웃고 있는 점포주가 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강북종합시장에서 신흥마트를 운영하는 이해룡(62) 대표 얘기다. 29년 전 대출금 40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한 이 대표의 성공 노하우는 한 마디로 ‘단단한 단골’이 많아서다. 
  
이 대표는 29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단골이 얼추 600명쯤 된다. 그중에 500여 명은 거의 매일 찾아오는 분들”이라며 “우유 한 팩, 두부 한 모를 사가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많이 사가는 게 아니라 자주 와야 단골이지요. 그것보다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가령 점주가 A카레를 찾는 손님에게 ‘새로 나온 B카레를 드셔보시라’고 권유하면, 손님은 이 말을 믿고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는 관계가 단골이지요.”  
  
이 대표는 이날 서울시가 선정한 ‘2019 서울상인’ 중 한 명이다. 서울시는 이날 상인 투표와 전문가 심의, 대국민 투표 등 3차 심사에 거쳐 집객·광고·진열·대화·단골·청결·상인정신 등 7개 부문에서 각 한 명씩 ‘서울상인’을 발표했는데, 이 대표는 단골 부문에서 선정됐다. 서울 시내 350여 곳의 재래시장, 13만4000여 명의 상인 중에 가려 뽑은 ‘대표 상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이 대표는 수유동 일대에서 단골 잡기로 유명하다. 그도 여느 상가처럼 적립식 쿠폰을 제공한다. 대형마트와 힘겨운 싸움을 하면서 생존한 첫 번째 비결이기도 하다. 3000원어치를 살 때마다 ‘하트쿠폰’ 한 개를 주고, 60장을 모아오면 4000원어치 상품을 주는 식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더 중요한 것은 세심한 마음씨”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있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이 대표 가게 근처 주택가에는 80대 할머니가 홀로 살고 있었다. 할머니는 갑자기 남편이 돌아가신 뒤로는 2~3일에 한 번씩 들러 우유나 휴지를 사 갔다. 아들·딸이 미국에 있다 보니 두 사람은 누구보다 살갑게 대화를 나누던 사이가 됐다. 
  
“그런데 며칠째 할머니께서 나타나지 않는 거예요. 119에 신고해 댁에 찾아갔지요. 간신히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할머니가) 침대와 장롱 사이에 몸이 끼어서 사흘째 꼼짝도 못 하고 계셨던 겁니다.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매상 조금 더 올리는 것보다는 건강하게 안부를 묻는 게 더 중요하지요. 그러면 단골은 따라옵니다.” 
  

한결같은 ‘단골 경영’ 덕분에 빚더미에서 시작한 이 대표네 살림살이는 크게 좋아졌다. 이 대표는 “지금은 인근에 수십 평짜리 상가를 소유하고 있다. 그래도 29년 전이나 지금이나 시간표는 똑같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이상재 기자

*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