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25/2019042502257.html

상추에 싸 먹는, 둥글둥글 '상추튀김'

광주의 별미

맛이라 하면 내로라 하는 광주에서 상추튀김이 별미로 인기를 얻고 있다. 광주사람들 사이에선 자리잡은 지 꽤 되었지만, 외지인들로부터는 궁금증 섞인 반응이 나오기 십상이다. 예상과는 달리 상추튀김은 상추를 튀긴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광주 상무지구에는 '상추튀김'을 아예 상호로 내건 음식점이 있다. 튀김을 연상케 하는 노랑색을 업소에 입혔다. 간판도, 메뉴판도, 유니폼도 같은 색. 분식점이지만 대표메뉴 상추튀김으로 승부를 보는 곳이다.

이른 퇴근길에 온 20대 후반 여성들은 생맥주까지 곁들이고 있었다. 학원에 가기전인듯한 청소년들, 50대 여성도 업소에 들어오자마자 "상추튀김이요!"라고 주문했다.

주방에선 주문과 동시에 오징어에 밀가루와 튀김가루를 입혀 기름에 튀겨내었다. 약간 둥글둥글한 오징어 튀김은 상추, 간장그릇과 함께 나왔다. 간장에 약간 매운 고추, 잘게 썬 양파가 섞여 있었다. 튀김과 간장을 상추에 싸서 한 입에 먹었다. 상추의 시원한 맛, 양파와 고추가 섞인 약간은 매운 듯한 간장의 맛은 기름이 배인 눅진하면서 더운 튀김맛을 잡아주었다. 여러 맛이 함께 섞여져 우러나오는 상큼한 새로운 맛이었다. 한 여성은 "상추는 기름맛을 없애준다"며 "이 맛에 계속 먹게 된다"고 말했다.

광주에는 음식들이 많다. 풍부한 산물을 자랑하듯 내놓은 전통있는 한정식, 아예 음식의 거리에 같은 음식점들이 즐비한 떡갈비나 오리탕, 맛과 질이 좋은 한우로 만들어내는 육전이나 생고기, 해산물을 제철에 따라 내놓는 제철음식 등.

광주시가 최근 시민들에게 지역대표음식을 설문했다. 그랬더니 한정식, 상추튀김, 떡갈비, 육전, 오리탕순이었다. 의외의 결과였다. 1970년대 후반부터 광주 중심가 분식점에서 우연하게 시작되었다는 상추튀김이 청소년층의 분식점 메뉴 수준을 넘어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음식으로까지 부상했다. 분식점에서 몇천원으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이제는 관광객들의 입맛도 사로잡지 않을까 싶다.

<조선일보
>권경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