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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 심은 얼음'에 무더위가 와그작!

 [얼음의 기술]
장미 등 식용꽃 넣고 얼리면 끝… 과일·젤리 넣으면 손쉽게 완성
에이드·화채에 넣어 근사하게… 와인에 넣으면 점점 향긋해져

와그작! 얼음을 깨물어 먹고 싶은 날씨다. 1일 서울 한낮 기온은 28도, 일부 남부 지역은 30도까지 올라갔다. 습도도 높아 무덥고 끈끈하다. 여름을 견디려면 얼음이 필요하다. 해마다 얼음 소비량이 치솟는 이유다. 편의점 업체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2017년 6000만개 팔렸던 컵 얼음은 작년엔 9000만개 팔렸다. 얼음이라고 다 같은 얼음도 아니다. 푸드스타일리스트 김보선씨는 "몇 년 전부터 꽃이나 과일, 각종 허브를 넣어 더 투명하고 더 쨍한 얼음을 만드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얼음 한 조각도 멋스럽고 맛있게 소비하는 시대다.

◇아찔하고 투명하게…얼음의 기술
얼음이 아찔할수록 감도(感度)도 올라간다. 김보선 푸드스타일리스트가 추천하는 가장 쉽고 예쁜 얼음은 '꽃얼음'이다. 집에 있는 얼음 틀에 장미나 팬지, 카네이션 같은 식용 꽃을 하나씩 넣고 물을 부어 반나절 이상 얼리면 끝. 에이드나 탄산수 같은 음료에 띄워도 좋고 화채에 올려도 근사하다. 라임이나 레몬, 블루베리나 산딸기·체리 같은 과일을 썰어서 넣거나, 로즈메리·애플민트 같은 허브를 뜯어서 넣어도 예쁘다. 

"한계가 없어요. 뭘 넣어도 새롭고 세련돼 보이니까요." 꽃을 구하기 귀찮거나 냉장고에 과일이 없다면 젤리를 넣는 것도 방법. 시중에 파는 색색의 곰돌이 젤리를 얼음에 하나씩 넣어주면 깜찍하고 시원하다. 망고나 오렌지, 라즈베리 주스를 얼려서 컵에 담아도 색다르다. 몇 년 전엔 커피 얼음을 얼려 우유를 부어 먹는 것이 유행했다. 얼음을 채운 아이스 라테는 얼음이 녹을수록 맛이 밋밋해지지만, 커피 얼음은 녹을수록 맛이 진해진다. 와인에 얼음을 띄워 먹는 것도 새로운 트렌드다. 와인나라 이철형 대표는 "상그리아나 아이스로제, 피노누아 같은 와인에 얼음을 넣어주면 시간이 갈수록 향이 더 화려해지고 맛도 부드러워진다"고 했다.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얼려라
끓여서 식힌 물을 얼리면 얼음이 더 투명해진다는 속설이 있다. 얼음업체 '아이스팜'의 정준양 대표는 "끓는 물을 식히는 과정에서 다시 산소가 들어가기 때문에 수돗물이나 생수를 넣고 얼리는 것과 큰 차이는 없다"고 했다. 관건은 얼리는 속도. 천천히 얼릴수록 단단하고 투명해진다. 냉동실에 들어갈 정도의 작은 아이스박스가 있으면 좋다. 아이스박스 안에 물을 채운 얼음 틀을 넣고 틀 주위에도 물을 붓는다. 아이스박스 뚜껑을 연 채로 냉동실에 하루 이틀쯤 넣어두면 크리스털처럼 투명하게 언다. 둥근 아이스 볼도 요즘 인기. 위스키·칵테일 바 등에서 애용된다. 정 대표는 "얼음은 뾰족할수록 빨리 녹는다. 공 모양 얼음은 모서리가 없어 더디게 녹아 음료 맛을 상대적으로 덜 해친다"고 조언했다.

<조선일보> 송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