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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는 바다로? 편견 깬 이색피서지

"우와~ 시원하다." 

지난 4일 울산 남구 태화강 동굴피아 제4동굴에 들어선 관람객들은 연신 탄성을 질렀다. 이날 울산은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었지만 제4동굴 내부 온도는 18.2도였다. 바깥 기온이 더 올라가면 동굴 내부 온도는 16도까지 떨어진다.

울산시청에서 자동차로 10여 분이면 갈 수 있는 태화강 동굴피아는 일제강점기 군수품 창고로 쓰였던 인공 동굴이다. 동굴은 모두 4개로 일제가 패망한 후 방치돼 오다 2017년 7월 주민 쉼터로 개조됐다. 인근 태화강 십리대숲 공원과도 연결돼 있다. 개장 이후 도심 속 피서지로 입소문을 타면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6~9월이면 4만여 명이 찾는다. 특히 제2동굴 은하수터널(길이 50m)은 형형색색 조명으로 꾸며 사진 촬영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이색 피서지가 뜨고 있다. 피서지로 유명한 전국 산과 계곡, 해수욕장 못지않게 체험·볼거리가 다양해 더위에 지친 사람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이색 피서지의 대표 주자는 동굴이다. 충남 보령 성주산 자락에 있는 냉풍욕장은 지하 수백 m 폐광에서 나오는 찬 공기로 인해 연중 10도를 유지한다. 무더운 한여름, 찬 바람을 맞으려 지난해 여름에만 16만명이 이곳을 찾았다. 김진희 보령농업기술센터 생활지원팀장은 "한여름 기온이 높을수록 폐광 안쪽에서는 차가운 바람이 더 거세게 뿜어져 나와 몸이 오싹해질 정도"라고 말했다. 

일제의 자원 수탈 현장으로 아픈 역사가 서린 경기도 광명시 광명동굴도 여름철만 되면 피서객들로 넘쳐난다. 동굴 내부 온도는 연중 12도 안팎이다. 갱도는 와인 동굴로 변신해 전국 58개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한국 와인 175종을 사거나 맛볼 수 있다. 동굴 곳곳에 전시된 수많은 예술가의 작품은 조명을 만나 빛을 발한다.

영남알프스 재약산 중턱에는 삼복더위에도 얼음이 어는 신비한 명소가 있다. 천연기념물 224호로 지정된 경남 밀양 얼음골은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얼음이 얼고 바위 틈에서 찬 바람이 나온다. 얼음골은 5월부터 얼기 시작해 한여름 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7월 말~8월 초 가장 많은 얼음을 만들어낸다. 얼음골 바위 틈의 평균 기온은 0.2도, 계곡물은 4~8도로 시원하다 못해 시릴 정도다. 

경북 의성군 빙계리 얼음골(천연기념물 527호)은 아예 한겨울 날씨로 무장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영하 3~4도를 유지하며 초겨울 날씨를 선사한다. 얼음골이 있는 빙계계곡에서는 얼음 구멍인 `빙혈`과 찬 바람 구멍인 `풍혈`에서 쉴 새 없이 차가운 바람이 나온다.

 빙혈이 내뿜는 찬 바람은 10m 뒤에서도 느낄 수 있다. 

`한국의 나이아가라 폭포`로 불리는 철원 직탕폭포는 한탄강 물줄기가 수직으로 쏟아져 장관을 이룬다. 폭포 주변에는 조선시대 의적 임꺽정이 거처한 곳으로 전해지는 고석정(孤石亭)이 있어 행락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매일경제> 서대현 기자 우성덕 기자, 이상헌 기자

*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