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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넷에 음반 낸 이유? 꿈이 있어야 행복하니까"

'바보처럼 살았군요' 가수 김도향, 14년 만에 새 가요 앨범 발표 
'기다리다 난 다 늙어버렸어…' 등 쓸쓸히 인생 돌아보는 가사 담아 

"죽는 날만 기다리기엔 삶이 너무 아깝잖아요."

가수 김도향(74)이 14년 만에 새 음반을 낸다. 오는 15일 11곡을 담은 앨범이 발매된다. 1970년 남성 듀오 '투코리언스'로 데뷔한 그는 '벽오동 심은 뜻은' '바보처럼 살았군요' 같은 히트곡으로 이름을 알렸다.

전 국민이 아는 CF 음악을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상하게 생겼네 롯데 스크류바' '우리집 강아지 뽀삐, 우리집 화장지 뽀삐'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LG'가 그의 작품. 1990년도엔 태교를 위한 명상음악 음반을 내 화제가 됐다. 김도향이 아주 오랜만에 가요 앨범을 낸 이유는 이랬다. "나 같은 실버 세대도 행복하게 살아야 하니까요."

지난 2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김도향은 전보다 부쩍 느리게 걷고 느리게 움직였다. 3년 전 허리 수술을 했는데 최근에야 겨우 회복됐다고 했다. 작년 1월엔 MBC '복면가왕'에 출연했는데 굽이 있는 구두를 신었다가 수술한 허리 통증이 심해져 중도 하차했다. 하지만 구레나룻부터 턱날을 따라 이어지는 흰 수염과 담백한 목소리는 여전했다. 그가 요양 병원에 입원해 있는 한 친구 이야기를 꺼냈다. "대학교수였던 친구였지요. 선물로 옷을 사서 갔는데 단추도 하나 제대로 못 채우는 사람이 돼 있더라고요. 그냥 요양병원에서 세상 떠날 날만 기다리며 마지못해 살고 있다고 할까요. 그때 알았어요. 사람에겐 꿈이 있어야 살 수 있다는 걸."

새 앨범은 대부분 친근한 화음에 부드러운 재즈를 결합해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들로 채워졌다. 하지만 가사는 편하지만은 않다. 타이틀 곡 '쓸쓸해서 행복하다'는 '기다리다 난 다 늙어버렸어/ 꿈만 꾸다 난 다 지나버렸어'로 시작한다. 그는 "노년이 되면 쓸쓸한 것이 정상. 쓸쓸하지 않으면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없다. 슬프지만 그게 이치"라고 했다.

수염에 얽힌 이야기도 털어놨다. 그는 "기르고 싶어서 길렀다기보다 귀찮아서 놔뒀더니 멋지게 자란 것"이라고 했다. "산에 들어갔을 때 진짜 도인들이 내 수염을 보더니 부러워하데요. 그럴 때마다 내가 하는 말이 있어요. '욕심을 버리셔야 예쁘게 나지 않겠느냐'고, 하하!"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소원도 "수염 깎고 한복 그만 입는 것"이었다고 했다.

나이가 많건 적건 국민 애창곡으로 자주 꼽히는 '바보처럼 살았군요'에 대해서도 뒷얘기를 들려줬다. 그가 서른 살 때 만든 노래. "한창 광고음악 만들며 바쁘게 살 때인데 내 것이 아닌 공허한 마음에 힘들어서 만든 곡이 '바보처럼 살았군요'예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을 때인데 말이죠…."

<조선일보> 김수경 기자

*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