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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시대 의사 태부족…요양병원 아우성

강원도에 있는 A요양병원에는 80대 후반인 B의사가 환자로 입원해 있지만, 그는 병원에 재직하는 것으로 돼 있다. B의사는 보호자를 둔 요양환자이지만 A병원에서 매달 약 700만원의 월급까지 받는다. 그 이유는 A병원이 요양병원 허가 요건을 갖추기 위해 서류상 B의사를 직원으로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급이 의사면허증 값인 셈이다.

A병원은 편법인 줄 알고 있지만 의사를 구할 수 없어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이다. 고령화에 따른 수요 증가로 요양병원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해줄 의료인력이 턱없이 부족하자 이 같은 현상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요양병원은 2010년 866곳, 2011년 988곳에 이어 2016년 1428곳에서 2017년 1529곳으로 연평균 7%씩 증가하고 있다.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력 부족은 일반 의료기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대학병원에는 PA(Physician Assistant·진료보조인력)라는 게 있다. PA는 주로 간호사나 일반인으로 의료행위나 처방전을 낼 수 없다. 의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30년에 의사는 7600명, 간호사는 15만8000명, 약사는 1만명이 부족하고 치과의사와 한의사는 각각 3000명, 1400명이 과잉공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해 신규 배출 인력의 기준이 되는 대학 입학 정원은 2017년을 기준으로 의대는 3058명, 약대는 1700명에 불과해 의대 정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구 1000명당 활동 인력을 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의사 3.3명, 간호인력 9.5명이지만 한국은 의사 2.3명(한의사 포함), 간호인력 6명(간호조무사 포함)에 불과하다. 국민 1인당 의사에게 외래 진료를 받은 횟수는 17회로 OECD 평균(7.4회)의 2배 이상이다.

한 종합병원 원장은 "현장에서 의료인력 부족을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의료인력 확충을 반대하는 일부 의료단체 눈치를 보지 말고 의대나 간호대학의 입학 정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료인력을 현장에서 활용하려면 수년이 걸리는 만큼 당장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국민이 불행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악의 경우 외국 의사를 수입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대한의사협회는 의과대학의 신입생 확충에 반대하며 소위 밥그릇 챙기기에 집착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사가 행복해야 환자가 행복하다"면서 준법진료만을 외치고 있다. 

의료인력 부족을 우리보다 앞서 경험하고 있는 일본은 의료 관련 규제를 확 풀면서 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일본의 초고령 그늘이 의료계에도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의료계는 의사 수가 2017년 말 기준 30만9452명으로, OECD 평균 수준이 되려면 38만명이 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현재와 같은 의사 인력이 유지되더라도 의사 고령화로 2036년 2만4000명이 부족하다고 일본 후생노동성이 전망한다.. 

<매일경제> 이병문 기자

*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