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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집값·식비 내느라… 노후대비 힘든 1인 가구

혼자 살기 때문에 은퇴 후에 가족 도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노후를 대비하려면 매달 123만원씩 모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저축하는 돈은 그 절반 정도다. 여럿이서 사는 주위 가구보다 주거비·식비 부담이 커 저축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노후 걱정되지만 돈 절반밖에 못 모아

지난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562만 가구로 전체 인구의 10.9%였다. 국민 9명 중 1명이 나 홀로 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앞으로 은퇴 후 노후 대비를 위해서는 매달 123만원 정도를 투자·저축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 모으는 돈은 그 절반 정도인 약 70만원이었다. 특히 소득이 낮을수록 노후 대비가 부실했다. 연 소득 4800만원 이상인 1인 가구는 노후 대비에 필요한 돈(월 162만원)의 74%인 120만원씩을 저축했다. 그러나 1200만~2400만원을 버는 경우에는 월 저축액이 31만원에 그쳤다.

1인 가구가 예상하는 은퇴 연령은 61.3세였다. 전체 가구 평균(64.9세)보다 더 빨리 은퇴할 것으로 내다보는 셈이다. 이들 가운데 60%는 "은퇴 자금 준비가 충분하지 못할까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저축할 여력이 부족한 탓에 제대로 노후 준비를 못 한다는 얘기다.

1인 가구는 매달 123만원씩 쓰는데, 가장 큰 부담은 주거비(18.1%)였다. 그다음이 음식·숙박, 식료품·비주류음료 등에 대한 지출이다. 반면 4인 가구의 주거비 비중은 6.8%에 그쳤고, 식음료비 비중도 더 낮았다. 연구진은 "1인 가구는 다인 가구보다 자가 거주율이 낮아 임대료 등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고, 상대적으로 외식·배달음식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인 가구의 재테크는 '원리금 보장형' 위주다. 전체 금융자산의 약 60%는 예·적금 통장에 들어 있었다. 수시 입출금(16%)까지 합하면 원금 손실이 거의 없는 안전 자산 비중이 76%에 달했다. 나머지 투자 자산 중에서도 보험 비중이 가장 컸다. 세대별로는 40대에서 유일하게 주식(11.7%), 펀드(5%) 등 위험 자산 비중이 보험(9.4%)보다 컸다.

◇'언젠가 결혼할 것' 늘었지만…

1인 가구 가운데 42.5%는 "언젠가는 결혼할 것"이라고 했다. 결혼 적령기인 20~30대만 보면, 20대 남성 8.2%가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20대 여성(4.2%)보다 그 비율이 높았다. 30대로 들어오면 여성(13.9%)이 남성(6.3%)보다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답한 경우가 많았다. 전체적으로 1인 가구의 '결혼할 의향'은 작년 같은 조사(35.5%)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앞으로도 홀로 지내는 기간이 이어질 것이라는 답변도 동시에 늘었다. 전체 1인 가구 절반 이상(52.7%)이 "1인 생활을 지속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10명 중 4명(38%)은 앞으로도 10년 이상 혼자 살 듯하다고 답했다.

<조선일보> 이기훈 기자
*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