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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경북 의성군…장례식장 8곳·분만실 `0`

◆ 지방이 사라진다 ① ◆

경북 군위군 산성면 화본2리. 26가구에 주민 46명이 살고 있다. 마을에서 가장 젊은 사람은 58세 여성과 60세 남성 부부다. 나머지 44명은 모두 75세를 넘는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인 고령화율은 무려 95%. 화본2리는 전국에서 소멸 위험이 가장 높은 군위군에서도 속도가 가장 빠른 마을이다.

경북 의성군은 병원이 5곳인데 장례식장이 8곳이다. 분만실은 한 곳도 없다. 인구 5만2528명인 의성군 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만905명으로 고령화 비율이 39.7%다. 내년이면 40%를 넘어선다. 이는 국내 65세 이상 인구 비율 14%보다 3배 이상 높다. 의성군에서는 올해 229명이 태어났지만 807명이 세상을 떠나 사망자가 4배가량 더 많았다.

강원도 철원군 근북면 유곡리 인구는 58가구에 70명. 주민 90%가 홀로 사는 70·80대다. 근북면 주민 110명 중 가임 가능 여성(20~39세)은 3명뿐이다. 근북면에는 올해 출생아가 한 명도 없었다. 근북면이 있는 철원군은 인구 4만5594명 중 65세 이상 인구가 21%인 9787명으로 이미 `초고령 단계`에 들어섰다.

지방 마을들이 하나둘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고령화와 이에 따른 저출산 쇼크가 확산되면서 지방 소멸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한국소멸위험지수 2019`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의 읍·면·동 3643곳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가 50% 넘게 거주하는 `한계마을`은 모두 22곳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경남이 7곳으로 가장 많고 경북과 전남이 6곳이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45%를 넘어 `한계마을` 진입을 코앞에 둔 곳도 전체 중 5%인 173곳에 이른다.

고령화로 인한 저출산 쇼크는 전국 곳곳으로 확산했다. 행정안전부 통계를 토대로 전국 읍·면·동의 올해 출생 등록을 전수 조사한 결과 11월 말 기준 출생아가 단 한 명도 없는 읍·면·동이 50곳이다. 전체 읍·면·동 중 1.4%로 100곳 중 1곳에서 올해 아이가 한 명도 태어나지 않은 것이다. 고령화가 심각한 전남(13곳)·경남(12곳)·경북(8곳)에 집중됐다.


<매일경제> 우상덕 / 이상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