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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향이 솔솔 나는 제주맥주…어디서 왔을까? 한번 마셔볼까?

퇴근길마다 편의점의 유혹을 쉽사리 뿌리치지 못한다. `퇴근길`이라는 맥주가 특히 괴롭힌다. 세 캔에 만원에 팔아 네 캔에 만원에 파는 수입맥주보다 비싼데도 자꾸 손이 간다. `퇴근길`만 그런 게 아니다.

옆을 훑어보면 맥아더 장군이 그려진 `맥아, 더`라는 진한 맥주도 있고, 그 옆에 제주위트에일과 제주펠롱에일은 백록담에서 화산을 뿜어낸다. 제주도 지역 소주인 한라산이 17도로 낮춰 육지에 상륙했는데, 오리지널은 21도이다. 제주맥주 역시 센 맥주인가 싶어 도수부터 확인했다. 제주위트에일은 5.3도, 제주펠롱에일은 5.5도이다. 4.5도인 카스나 하이트보다 다소 높긴 하다. 또 무엇이 다르기에 `제주`라는 이름을 붙여서 성업하는 건가. 궁금증을 풀기 위해 제주맥주를 검색 창에 두들겨보았다. 제주도에 있는 맥주회사로, 양조장 투어를 비롯해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때마침 제주에 갈 기회가 생겨 1만2000원 내고 신청했다.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제주맥주 양조장에서는 박물관이나 전시관의 큐레이터처럼 도슨트가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권미리 도슨트는 우선 제주맥주의 상징물부터 설명했다. 한라산과 제주 바다를 형상화한 제주맥주의 심벌은 화산이 솟구치고, 파도가 일렁이고 바람이 뱅뱅 돌고 있다. "바람과 파도를 타고 전 세계로 제주맥주가 퍼져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어요." 권미리 도슨트의 설명이다. 제주에 대한 애착은 제주맥주의 판매 방식과도 연결된다. 제주맥주는 상품을 출시하자마자 육지로 맥주를 출고하지 않고, 제주도민의 인정을 받은 후에 육지로의 판매를 개시한다. 제주위트에일과 제주펠롱에일에 이은 세 번째 맥주 제주슬라이스는 지난 11월 출시했지만 내년 초는 돼야 제주 밖 편의점에 상륙한다.

양조장 투어는 맥주의 탄생 원리, 종류, 맛있게 마시는 법까지 맥주를 두루두루 알게되는 계기가 되었다. 권미리 도슨트는 상품이 걸린 퀴즈로 호기심을 유도했다. "맥주의 4대 요소는 뭘까요? 맥주의 종류가 대략 몇 개 정도일까요?" 정답은 물, 맥아, 홉, 효모다. 맥주 종류는 대략 200종이라고 한다. 네 가지 주재료로 비교적 선선하게 15~24도로 고온발효 혹은 상면발효를 하면 에일맥주가 탄생하고, 다소 차갑게 8~12도로 저온발효 또는 하면발효를 하면 라거맥주가 만들어진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대부분의 맥주는 라거다. 왜일까? 권미리 도슨트는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체제와 냉장시설이 갖춰져서라고 한다. "중세에는 왕족이나 귀족 아니고서는 저온에서 생산되는 라거를 접하기 어려웠어요. 냉장시설이 없는 서민들은 에일맥주를 마셔왔던 거죠." 지금은 반대로 대량생산되는 라거 외의 맥주를 맛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제주맥주에서 만드는 맥주는 거의 에일이다. 제주의 맛을 듬뿍 담기에는 청량감이 무기인 라거보다 홉의 향이 살아남는 에일맥주가 적절하다. 제주위트에일은 부재료로 감귤껍질을 첨가해 향긋한 냄새가 입안에 돈다.

 맥주 덕후가 아니더라도 근방을 지날 일이 있다면 들러서 제주맥주를 생맥주로 음미해볼 만하다.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사전 예약을 통해 양조장 투어에 참여할 수 있다.

<매일경제> 권오균 기자

*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