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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보다 사망률 1.6배 높다···블랙아이스 피하는 필독 운전법
지난 14일 오전 3시 48분 경북 군위군 일대. 땅이 살짝 젖을 정도의 '가랑비'가 내렸다. 기상청에 기록된 강수량은 0.7㎜. 기온은 영하 1.5~0도. 바람은 시속 4.7㎞. 땅에 내린 비는 곧장 살얼음으로 변했다.
한 시간쯤 뒤 군위군 소보면 달산리 상주-영천고속도로 영천 방향 상행선(상주 기점 26.4㎞). 화물트럭 등 차량 28대가 '쾅'하는 굉음을 내며 연쇄 추돌했다. 앞서 달리던 차량이 순간적으로 도로를 달리다 미끄러지면서, 후미에 있던 다른 차량이 연이어 추돌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고로 차량 8대에 불이 붙었고, 운전자 등 6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블랙 아이스(Black ice, 검은 얼음)는 도로 등 물체의 표면에 생기는 반질반질한 얼음을 말한다. 얼음 자체는 검은색이 아니고 투명한데, 얼음 아래 아스팔트 등 도로가 그대로 보이기 때문에 블랙 아이스라고 부른다. 즉, 순간적으로 블랙 아이스가 생긴 구간은 빙판길이 된다는 의미다.
블랙 아이스 교통사고, 즉 빙판길 교통사고는 마른 도로 사고보다 치사율이 1.5배나 높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최근 3년(2016~2018년)간 노면 상태별 교통사고 발생현황을 분석한 결과, 마른 도로에서는 58만6959건의 사고로 1만483명이 숨져 치사율이 1.79%였다. 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를 따지는 치사율은 1.79였다. 반면 서리·결빙 같은 빙판길에서는 3863건의 교통사고가 발생, 105명이 사망했다. 치사율 2.72%로 마른 도로보다 1.5배 높게 나타났다.
결빙 같은 빙판길에서는 핸들 조작이 어려운 데다 제동 거리가 길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단에서 노면 상태별로 제동거리를 실험한 결과, 일반 승용차가 시속 50㎞로 주행 중 브레이크를 밟을 경우 마른 도로에서는 11m 정도 지난 뒤 멈춰섰다. 하지만 빙판길에서는 48.3m나 지나가서 멈췄다. 화물 차량은 같은 속도에서 차량 무게 때문에 제동거리가 더 길었다. 마른 도로에선 14.8m, 빙판길에선 110m였다. 버스는 마른 도로 17.2m, 빙판길은 132.3m 였다.
블랙아이스 구간이 많은 겨울철, 안전하게 차량을 운행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타이어와 브레이크 등 제동 관련 장치를 점검하고, 안전거리를 확보하며 서행 운전하는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곽상구 한국교통안전공단 부교수는 "겨울철에는 차량을 운행할 때 사전에 도로 정보를 가지고 운전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노면이 결빙된 상태에선 급제동은 피해야 한다. 브레이크를 두 번, 세 번씩 나눠서 밟아야 한다. 그런데도 차가 미끄러지면 핸들을 차가 미끄러지는 방향으로 조작해서 스핀 현상(차가 회전하는 현상)을 방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블랙아이스는 상습적으로 생기기 때문에 도로를 관리하는 주체에서도 블랙아이스가 생기는 도로를 인지하고, 도로 전광판을 통해 수시로 운전자에게 정보를 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김윤호, 백경서 기자
<*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