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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兆 쏟아붓고도…출산율 2년째 `0명대`

정부가 저출산을 막기 위해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해 왔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다.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 대책을 위한 사업비로 작년까지 총 185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저출산 기조를 막지 못했고 출산율은 오히려 계속 하락했다. 지난해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인구 자연증가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합계출산율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2년 연속 0명대`에 머물렀다.

올해부터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지는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될 전망이다.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출생·사망통계(잠정)`에 따르면 작년 출생아 수는 30만3100명으로 1년 전(32만6800명)보다 7.3%(2만3700명) 감소했다. 197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최저치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2018년 0.98명에서 지난해 0.92명으로 감소하며 2년 연속 0명대에 머물렀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초저출산 기준(1.3명)보다 낮은 합계출산율 0명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인구 자연증가 규모는 2018년보다 71.7%(2만명) 줄어든 8000명에 그쳐 1970년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자연증가율(인구 1000명당 자연증가)은 0.2명으로 전년보다 0.4명 감소해 2년 연속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김 과장은 "자연증가 8000명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수치로 보고 있어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올 상반기 안에 인구 자연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출생아 수가 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하고 있는 것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인구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탓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주 출산 연령인 30~34세 여성 인구는 지난해 152만4000명으로 전년(156만6000명)보다 2.7% 감소했다.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6년 만에 45만명 넘게 줄었다. 결혼 건수도 줄어들고 있다. 결혼 건수는 2016년 7.0%, 2017년 6.1%, 2018년 2.6%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7.2% 줄었다.

결혼을 하더라도 그 시기를 최대한 미루는 만혼 분위기 속에서 출산연령은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평균 출산연령은 33세로 전년보다 0.2세 높아졌다. 만 35세 이상 고령 산모 비중은 33.3%로 전년보다 1.5%포인트 증가했다. 여성 1000명당 출산율은 4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감소했다.

전국적으로 저출산 현상이 확산하는 모습도 뚜렷해지고 있다. 강원을 제외한 16개 시도 모두 합계출산율이 1년 전보다 감소했다. 충북(-10.2%), 부산(-7.9%), 대전(-7.1%) 순으로 감소 폭이 컸고 서울(0.72명)과 부산(0.83명)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합계출산율이 낮았다. 지난해 사망자 수는 29만5100명으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3년 이후 사망자 수가 가장 많았던 전년(29만8800명)보다 소폭 줄었으나 출생아 수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매일경제> 양연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