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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 근엄한 클래식? 예능보다 더 웃길걸요

클래식 유튜브 '또모' 만든 두 음대생 백승준·황예은
1년 만에 조회 수 475만 돌파

거미의 쫙 뻗은 다리 같은 열 손가락이 건반 위를 정신없이 질주한다. 탁월한 피아니스트였던 리스트가 멘델스존 교향곡 4번 '이탈리아'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춤곡 '타란텔라'다. 이탈리아 남부에 서식하던 살벌한 독거미 타란툴라에게 물리면 몸을 쉼 없이 움직여서 땀을 빼야 살 수 있다고 했고, 따라서 빠른 춤을 춰서 독을 없앤다는 데서 유래한 리듬이다.

박자가 너무 빨라 건반 위 손가락이 기계처럼 돌아가는 이 곡을 음대생이 직접 연주해 보이는 동영상이 온라인에서 '대박'을 쳤다. 클래식 전문 유튜브 채널 '또모(TOWMOO)'가 선보인 '피아노 전공생은 얼마나 어려운 곡까지 쳐봤을까? TOP 3'다. 대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는 학생 3~4명이 출연해 빠르기로 소문난 슈만 환상곡과 쇼팽 소나타를 재빠르게 쳐낸다. 지난 1년 동안 이 영상은 조회 수 475만 회를 찍었다.

또모 뒤엔 동갑내기 제작진 백승준(21) 대표와 황예은(21) 팀장이 있다. 지난 24일 서울 세종대에서 만난 이들은 앳된 모습의 피아노과 19학번. 지난해 1월부터 또모를 만들어 1년 만에 구독자 32만5000명을 모았다. '음대생이 세계 톱클래스 피아니스트에게 레슨을 받아본다면?' '과연 영재들은 레슨 때 지적할 게 많을까?' 등 호기심 긁는 영상들로 "어렵고 근엄한 클래식을 유쾌하게 보여주는 채널"이란 평을 얻고 있다.

또모란 이름은 "사실 '또라이 모임'에서 나왔다"며 멋쩍어했다. "끼 넘치는 음대생들이 많은데 그걸 보여줄 자리가 없으니 우리가 만들어주자 손잡았죠." 황 팀장은 "일곱 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는데 인문계 친구들은 클래식에 관심도 없고 모르더라"며 "그들 눈높이에서 클래식의 참맛을 알리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세종대 피아노과에 수석 입학한 백 대표는 "힙합을 친근하게 만들어준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를 보면서 '클래식계 쇼미더머니'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하루에 여덟 시간씩 독학으로 촬영·편집 기술을 익혔다. 제목도, 자막도 TV 예능처럼 가볍게 단다. "웃으면서 유쾌하게 봐야 하니까요."

영상 길이는 15분 안팎. 편당 다섯 시간씩 촬영해 매일 밤새우면 나흘 만에 완성한다. 비전공자 입장에서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콘텐츠가 뭘까를 늘 생각한다. "HD보다 화질이 네 배 더 좋은 4K를 써서 TV로 봐도 화질이 깨지지 않아요." 피아니스트 임동민,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등 유명 연주자들도 출연하면서 궤도에 올랐다. '또모 덕분에 클래식의 매력에 빠졌다'란 댓글에 가장 큰 힘을 얻는다. 두 사람은 "클래식은 긴 시간 살아남은 음악이어서 나이 들수록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대중한테 그 매력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