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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낳았다…詩같은 풍경이

전남 장흥 하면 보통 여름을 떠올린다. 매년 50만명이 찾아와 즐기는 `정남진 물축제` 영향이 크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코끝이 찡하게 추운 겨울 장흥이 생각나는 이유는 딱 하나, 매생이 때문이다.

# 올봄 장흥에 꼭 가야 하는 이유

올해는 봄에 꼭 장흥 땅을 밟아볼 일이다. 장흥군은 2020년을 해동사 방문의 해로 지정하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해동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안중근 의사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사당 내부에는 안중근 의사 영정 2점과 친필 유묵 복사본이 보관돼 있고, 정면에는 위패와 영정사진이 있다.

이제야 정남진 전망대에 왜 안중근 의사 동상을 세웠는지 이해가 된다. 황금빛 전망대 아래 광장에 왼손을 앞으로 뻗은 안중근 의사 동상이 있는데, 뻗은 손을 쭉 따라가면 하얼빈이 나온다고 한다. 10층 전망대에서 풍경을 감상하고 내려올 땐 꼭 계단을 이용하길.

2011년 개관한 정남진 전망대는 지상 46m 높이로 꼭대기에 오르면 득량만 주변 섬들을 볼 수 있다.

# 이청준 생가는 항상 눈 속이어라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수상 소감은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줬다. 그가 시상식에서도 밝혔듯 이 이야기를 한 사람은 미국 영화감독 마틴 스코세이지였다. 장흥에도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로 세상에 감동을 안겨준 사람이 있다. 소설가 이청준이다.

회진면 진목리엔 이청준이 살았던 생가가 있다. 이 집에서 겪은 일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소설이 그의 대표작 `눈길`이다. 이청준이 어린 시절 살던 이 집은 작가가 고등학교 시절 가세가 기울어 다른 집에 팔렸다. 광주에서 유학하던 이청준 작가가 소식을 듣고 곧장 고향집을 찾았다. 어머니는 아들이 걱정할까봐 주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하룻밤 집을 빌렸다. 옷궤와 평소 덮고 자던 이불도 방에 가져다 놓고 아무 일도 없는 척 멀리서 온 아들을 방에 재웠다. 다음날 아침 눈이 소복하게 쌓인 산길을 걸어 아들을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에 혼자 눈물을 흘렸다는 노모의 이야기는 작가가 직접 겪은 일이다.

"저 어릴 때만 해도 장흥에 눈이 엄청 내렸어요. 희한하게 언제부턴가 눈이 안 와. 소설 속에 나오는 정류장도 지금은 없어졌어요. 그 자리에 지금 식당이 하나 생겼지." 김미순 해설사의 말이다.

생가는 2005년에 장흥군에서 사들였다. 집에 들어서면 현판을 잘 살펴보자. 이청준 작가가 직접 그린 친필 지도가 붙어 있다.

이청준과 더불어 장흥을 대표하는 문인이 있다. 바로 소설가 한승원이다. 한씨는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한씨는 현재 여다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안양면 율산마을에 살고 있다. 해안을 따라 여다지 해안 한승원 문학공원과 문학산책로가 이어진다.

<매일경제> 홍지연 기자

<*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