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20/04/416596/

카이스트 수학영재서 정육파는 사장님으로

한국과학영재학교와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돼지고기를 파는 청년이 있다. 삼겹살이 좋아서 용돈 좀 벌겠다고 직접 떼다 팔다가 입소문이 났다. 미국 국무성 장학생으로 선발됐는데 이를 포기하면서까지 돼지고기를 팔기로 결심했다. 창업 5년 만에 매출 250억원(올해 전망), 3년 내로 매출 5000억원을 노리는 김재연 정육각 대표 얘기다.

21일 김 대표는 "초등학교 2~3학년 시절에 삼겹살이 너무 좋아 혼자서도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장학생으로 미국에 가기 전에 용돈벌이로 고기를 떼다가 직접 썰어서 판매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마트에서 파는 유통기한이 최대 45일인 돼지고기는 맛이 떨어지는 게 많다. 도축한 지 4일 만에 내놓는 정육각의 고기는 한 번 맛보면 절대 못 빠져나온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2016년 창업한 정육각은 갓 도축한 돼지고기, 닭고기, 달걀 등을 판매하는 말 그대로 `온라인 정육점`이다. 공대생 세 명이 의기투합해 공장을 만들고, 생산 공정을 효율화하는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했다.

김 대표는 "삼겹살을 목살보다 좋아했던 이유가 목살은 특유의 퍽퍽함이 있어서였다. 그런데 도축한 시간이 짧을수록 소고기처럼 부드럽다.

정육각은 식재료 밸류체인을 줄여 비용을 낮추면서 질 좋은 돼지를 키우기 위해 투자한다. `도축→육가공→세절→소매`까지의 4단계 과정을 줄여 좋은 고기를 공수한 뒤 `세절→소매` 단계를 직접 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보통은 생산된 돼지고기를 냉장고에 저장해놓고 중간 도매업자와 소매업자들이 전화기를 두고 송장을 돌린다. 각각의 마진 단계에서 5%씩 빼서 30% 가까운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면서 "국내 돼지들을 사료 회사들이 짜놓은 정상 프로그램대로 키우면 육질이 더 좋아진다. 그렇게 키울 수 있도록 투자를 더 해서 고기 질을 높였다"고 했다.

정육각은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해 재고관리 수준을 높였다. 김 대표는 "1000㎏이었던 원재료도 작업해서 나오면 수분이 증발하고, 장비에 묻어나 950㎏으로 양이 준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재고가 쌓이지 않도록 선입선출을 관리한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250억원이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온라인 신선배송 이용 건수가 급격하게 늘면서 지난 2월 말 대비 3월 말 매출액은 2.3배 늘었다.

김 대표는 "육류만 놓고 보면 매출 규모가 마켓컬리의 육류 판매량과 비교해도 3분의 1 수준까지 따라갔다. 축산 시장에서 수산, 농산 시장으로 확장할 예정"이라며 "올해 말에는 생물고등어 등도 초신선 배송할 수 있는 수산물 라인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식재료 비서 서비스`를 내놓는 게 목표다. 그는 "고객들이 한 번 구매한 제품을 다음번 구매 때도 이용할 수 있도록 장바구니에 상품들을 배치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 핵심은 정육각에서 어떤 상품을 추천하더라도 믿고 먹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브랜드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매일경제> 홍성용 기자

<*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