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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암 아빠 위해…14살 딸의 `머리카락 기부`

"우리 아버지도 병으로 힘들어 하시는데 저와 비슷하거나 더 어린 나이에 암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을 보며 머리카락을 기부하기로 결심했어요."

서울시민상 소년상 대상을 수상한 서울 관악구 신관중학교 선예린 양(14)의 아버지가 간내 담관암 말기 판정을 받은 건 예린 양이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부모님과 두 살 터울 오빠 그리고 예린 양이 오순도순 살아가던 가정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의료진은 예린 양의 아버지 선복용 씨(48)가 암 확진을 받을 당시 수술이 불가능할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아직 젊은 나이임을 감안할 때 최선을 다해보자는 판단에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암 치료를 위한 의료기술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말기 암 치료는 여전히 어렵고 힘들다.

수술이 무사히 끝난 후 아버지는 경기도 가평의 한 요양병원에서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예린 양의 집에서 기차로 2시간은 족히 걸리는 먼 거리였지만 매일같이 병원을 오갔다.

예린 양의 아버지는 "항암치료가 7번째 진행됐을 때는 치료 과정이 너무 힘들어 모든 걸 내려놓고 편안하게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곁을 꿋꿋하게 지켜주는 예린이를 보며 마음을 다잡고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예린 양은 부모님 앞에서 우는 모습을 잘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아버지 병세가 몇 번의 고비를 맞을 때마다 눈물을 참기 어려웠지만 본인이 힘들어하면 부모님 마음이 아플까봐 내색을 하지 않았다. 예린 양은 "아버지를 홀로 병원에 남겨두고 오는 기차 안에서 몰래 눈물을 훔친 적이 많다"며 "아버지가 치료를 받으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에 병간호도 힘든지 모르고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예린 양이 머리카락 기부를 결심한 건 아버지가 항암치료를 위해 서울아산병원을 찾았던 때였다. 아버지를 기다리는 동안 입원실 옆에 있는 가발 가게를 우연히 발견했다. 휠체어를 타고 가발 가게를 지나가는 소아암 환자들을 보며 머리카락 기부에 동참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예린 양은 "아버지도 항암치료를 받을 때 머리카락이 많이 빠졌는데 비슷한 또래 아이들은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머리카락이 모두 사라져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생각했다"며 "머리카락이 짧아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고 어려운 누군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즐겁고 행복하다"고 전했다.

머리카락 기부는 모발 길이가 25㎝ 이상이 되어야만 가능하다고 한다.

예린 양은 최근 코로나19가 국내에 확산될 때 다니고 있는 교회를 통해 작게나마 기부금을 내놓기도 했다. 예린 양은 "아버지가 아플 때 주변에서 용기를 주던 사람들 덕분에 씩씩하게 이겨낼 수 있었다"며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기 때문에 작은 금액이지만 기부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김유신 기자

<*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