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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을 구워서 먹어? 얼마나 맛있는데요

과일 제철이 사라졌다. 정확하게는 제철이 앞당겨졌다. 하우스 재배 때문이다. 봄 대표 과일이던 딸기는 이제 겨울 과일로 공식적으로 인정될 정도다. 수박도 마찬가지. 마트에 나가보니 벌써 잘 익은 커다란 수박이 과일 코너 주인공 자리를 차지했다.

수박은 요즘 ‘다이어트 식품’이나 ‘새로운 보양식’으로 각광 받는다. 100g당 칼로리가 20㎉에 불과한 저열량 식품이다. 지방을 태우고 근육을 강화하는 아르기닌 성분이 풍부한데다 체내 흡수도 영양제보다 잘 되는 편이다. 90% 이상이 수분이라 이뇨작용을 돕고 식이섬유가 풍부해 노폐물이나 독성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데 효과적이다.

수박은 그대로 잘라 먹거나 갈아서 주스로 마시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렇게 몸에 이로운 수박을 이렇게 단조롭게만 먹는 건 아쉽다. 외국에서는 수박 수프, 샐러드 등 단지 과일로 목을 뿐 아니라 식재료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구워 먹기까지 한다.

수박을 구우면 단맛은 더 강해지면서 가끔씩 올라오는 오이 비슷한 특유의 비린내가 줄어든다. 뜨겁게 달군 그릴에 빠르게 살짝 굽는 게 포인트. 페타, 리코타 등 부드럽고 맛이 연한 치즈가 잘 어울린다. 개인적으로는 짠맛이 조금 더 강한 페타가 리코타보다 더 어울렸다. 민트, 바질 등 달착지근한 풍미가 있는 허브와 궁합이 좋다. 소금을 뿌리면 단맛이 더 도드라진다. 견과류를 다져 얹어도 좋다. 후추를 살짝 뿌리고 올리브오일과 레몬즙을 끼얹으면 무더운 여름 메인 요리로도 손색 없다. 

수박 수프도 맛있다. 수박(2컵)을 믹서기에 갈아 물(1컵)과 다진 마늘(1작은술), 다진 민트(2작은술)을 섞는다. 수박(1컵)을 사방 0.5㎝ 정도 크기로 깍뚝썰기해 수프에 올리면 된다.수박 샐러드는 한입 크기로 자른 수박에 리코타, 바질·민트 등 허브를 올리고 레몬즙이나 식초(약 10㎖), 올리브오일(약 50㎖), 꿀(1작은술), 소금·후추 약간씩을 섞은 드레싱을 뿌리면 끝이다.

수박 주스는 씨를 빼고 갈아야 풋내나 텁텁함이 없다. 가능한 마시기 직전 간다. 한 시간 정도까지는 괜찮지만 그 이상 두면 비린내가 난다. 수박과 궁합이 맞는 과일이나 채소를 함께 갈아 마시면 금상첨화. 토마토, 오이가 대표적인 수박의 ‘짝꿍’이다. 토마토의 유기산과 수박의 칼륨이 만나면 숙취 해소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오이는 수박과 마찬가지로 열을 내리는 작용을 하는데, 수박에 오이를 더해 주스로 마시면 탈수 예방 효과가 있다.

우리 조상들도 수박을 음식을 활용했다. 수박 김치다. 김치가 똑 떨어지거나, 군내 나거나, 물러지거나, 겨우내 먹던 김장김치가 질렸을 때 입맛을 반짝 살려주는 별미 김치다. 수박 흰 부분을 얇게 썰어서 김치 양념에 버무리고, 빨간 속은 갈아서 얹어 먹는다.

<조선일보> 김성윤 기자

<*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