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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으킨 태극기 붐… 12만 국군 전사자 찾죠"

태극기 배지 캠페인' 이종혁 교수, 70주년 6·25 맞아 학생들과 시작

20대 청년들은 6·25전쟁이 언제 일어난지 몰랐다고 했다. 일부는 올해 6·25전쟁이 일어난 지 70주년이 된 걸 알았지만, 도저히 체감이 안 됐다고 했다. 하지만 그랬던 청년들이 6·25 70주년을 추모하는 새로운 태극기 배지를 달기 시작했다. 시작은 작은 발상에서부터였다.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이종혁(50) 교수는 6·25 70주년을 맞아 지난 3월 학부 학생들에게 태극기 배지 달기 캠페인을 제안했다. 학생들은 갸우뚱했다. 윤재우(25)씨는 "요즘엔 태극기 하면 세대 분열이 떠올랐고 진정한 가치성이 좀 떨어진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 교수가 그 취지를 설명하자 학생들의 반응은 180도 바뀌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국기이자 보훈의 상징인 태극기를 '할아버지나 달고 다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이상했다"고 했다. 존경과 감사의 의미를 담아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참전용사의 유골함을 태극기로 감싼 모습을 표현한 새로운 태극기 배지를 만들었고, 학생들에게 그 취지를 설명했다. 유해발굴감식단은 유해 발굴 현장에서 수습된 참전 용사의 유해를 유골함에 담은 뒤 예우를 갖춰 태극기로 감싼다. 이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태극기의 위아래가 잘린 태극 문양만 남게 되는데 이 교수는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학생들의 호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자신들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배지를 다른 학생들에게 홍보했다. 이정윤(24)씨는 "태극기 배지의 취지를 설명하자 모두가 흔쾌히 배지 달기 캠페인에 동참했다"며 "많은 분들이 가방이나 옷에 배지를 달고 인증샷을 보내줬다"고 했다. 태극기 배지 달기 캠페인에 호응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깨졌다.

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도 10일, 광운대 학생들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태극기 배지 달기 캠페인 '끝까지 찾아야 할 122609 태극기'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12만2609개의 배지에는 고유번호가 부착됐다. 1호 배지는 1950년 10월 전사한 서병구 일병의 딸 서금봉(70)씨에게 전달됐다. 서씨는 6·25전쟁 발발 당시 태어나 한 번도 아버지를 불러본 적이 없었다. 입대한 남편을 기다리다 전사 통지서만 받았던 서씨의 모친은 남편의 유해를 찾고 싶다는 소원을 이루지 못한 채 2016년 숨졌다. 추진위는 태극기 배지를 영연방 국가의 보훈 상징인 '포피(양귀비꽃)'와 같이 한국을 대표하는 보훈의 상징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영연방 국가들은 포피를 전쟁 중 사망하거나 실종된 군인의 상징으로 보고, 제1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일인 11월 11일을 전후해 전 국민이 공유한다. 국가 차원의 캠페인을 이끌어낸 광운대 학생들은 "태극기 배지 달기가 활성화돼 20대가 70~80대를 더 존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캠페인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양승식 기자

<*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