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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사진 찍던 덕후, 출판사 창업까지

고양이 콘텐츠 전문 '야옹서가' 고경원 대표

"코로나 바이러스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고양이 입양에 대해 묻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그런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고양이가 작고 마냥 귀여운 시기가 지나 늙어서 아파하는 순간이 와도 책임질 준비가 됐을 때 키우시라고요."

고양이 콘텐츠 전문 1인 출판사 '야옹서가'의 고경원(45·사진) 대표에게 "코로나를 계기로 반려묘(猫) 입양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하자 오히려 "신중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고양이 입양이 늘면 유기묘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만, 성급한 입양은 또 다른 고양이 유기를 낳는다는 말이었다. 고 대표는 "그래서 고양이의 예쁘고 귀여운 모습을 전달하는 책뿐만 아니라 사람과 고양이가 함께 늙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고 대표의 고양이와의 인연은 인터넷 서점의 웹진 기자로 활동하던 2002년 시작됐다. 취재를 위해 들른 인사동 골목에서 만난 새끼 길고양이가 도망가지도 않고 빤히 쳐다보는 모습이 귀여워 매일같이 찾아가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렸다. 그렇게 오가며 만난 길고양이들을 관찰한 내용을 2007년 책으로 펴내며 '고양이 작가'의 길로 접어든 뒤 2017년 '야옹서가'를 창업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기획자가 되고 싶었어요." 그러나 갓 창업한 1인 출판사에 기획, 유통, 마케팅 등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특히 작가 섭외가 어려웠다고 한다. 고 대표는 "큰 수익을 약속할 순 없지만 '고양이와 인간이 함께 행복한 세상을 당신과 만들고 싶다'는 진심을 전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그 결과,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태프로 일하다 만난 길고양이를 키우기 위해 제주에 정착한 30대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히끄네 집'을 첫 책으로 냈다. 반응은 뜨거웠다. 국내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종합 순위 1위에 올랐고, 8쇄까지 인쇄했다. 고 대표는 "고양이를 입양할 때는 사람이 원해서 데려오지만, 우리 집에서 어떻게 하면 고양이가 행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해주고 싶다"며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 만드는 책과 사진들로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