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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꽁꽁 얼도록… '밤꿀' 하나에 '감태' '방아잎' 반반 주세요

◇감칠맛 '젠제로'

초당 옥수수, 완두콩, 방아잎, 수박…. 여름이 제철인 식재료다. 이들로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곳이 서울 삼성동 '젠제로'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권정혜·전현욱 부부가 2017년 가게를 열었다.

초당 옥수수 아이스크림은 옥수수 알갱이가 씹히고, 방아잎은 코가 먼저 향과 맛을 느낀다.

◇요리인가? '녹기 전에(밤)'
매운 음식을 먹고 혀가 얼얼할 때 먹는 아이스크림은 훌륭한 디저트다. 그런데 아이스크림이 맵다면? 피자집 타바스코 소스를 아이스크림 집에서 볼 줄은 몰랐다. '과카몰리 with 타바스코.' 서울 종로구 돈의동에 있는 '녹기 전에(밤)'이다.

토마토와 양파가 콕콕 박힌 연두색 아이스크림에 타바스코 소스가 뿌려져 나초와 함께 나온다. 쫀득하고 맵고 달고 바삭하다. 달콤한 걸 먹을 때 한국인이라면 간절해지는 매운맛이 이미 뿌려져 있으니 무한정 퍼먹게 된다. 짭짤한 나초와도 잘 어울린다. 카이스트 졸업 후 대기업에 다니다 아이스크림 집을 차린 박정수 대표가 개발한 메뉴. 이 외에도 참치 맛, 나폴리탄 맛, 깻잎 맛 등이 있다.

◇시원하게 먹는 샌드위치? '더 마틴'

아이스크림은 왕족이 먹는 고급 간식이었다. 겨울 페르시아에선 눈에 장미수, 베르미첼리(파스타면), 향신료, 과일 등을 곁들여 먹었다. 로마의 네로 황제는 눈에 꿀, 견과류, 과일을 곁들여 먹는 걸 좋아했다. 히포크라테스는 아이스크림을 '생명수'라며 극찬했다.

현대적 형태의 아이스크림이 만들어진 건 18세기 영국이다. 와플 같은 빵에 아이스크림을 끼워 먹었다. 1980~1990년대 한국에서 뻥튀기에 아이스크림을 발라 먹던 것과 비슷하다.

그래도 크루아상은 처음이다. 서울 종로구 청운동 '더 마틴'에서는 르코르동 블루 출신의 최근석 대표가 직접 만든 크루아상에 카망베르치즈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바른 후 하몽, 후추, 올리브 오일을 뿌려준다. 크루아상 샌드위치를 시원하게 먹는 맛이다. 바삭한 크루아상에 녹진한 아이스크림, 짭짤한 하몽이 잘 어울린다. 향긋한 올리브 오일은 신의 한 수. 최 대표는 "집에서 먹는 수퍼마켓 아이스크림에도 신선한 올리브 오일을 뿌려 먹으면 맛이 좋다"고 했다.

◇술과 차의 변신 '코타티'
프랑스 요리 거장 알랭 뒤카스는 "초콜릿 아이스크림은 얌전한 아이들에게 주는 상"이라고 했다. 그럼 고생한 어른에게는? 서울 용산구 '코타티'에서는 술과 차로도 아이스크림을 만든다. 이하정, 윤영심 대표가 작년 10월 문을 연 곳. 재스민 차를 우려내 오렌지 초콜릿을 곁들인 '재스민 오렌지 초콜릿' 맛과 라벤더차에 꿀을 넣은 '허니 라벤더' 맛은 상상한 것보다 차 향이 진해 힐링이 된다. 복순도가 막걸리 맛과 페라이라 포르투 와인 맛은 달지 않고 술 맛이 강하다. 디저트로 먹었을 뿐인데 알딸딸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조선일보> 이혜윤 기자

<*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