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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길 보려고 난 일년을 기다렸는데…괭이갈매기, 넌 매일 볼수있겠구나

항구가 보내는 신호는 세 가지다. 우선 코로 감지한다. 소금기 담긴 바다 냄새가 바람을 타고 날아와 훅 찌른다. 다음으로 눈이다.

짠 내음에 익숙해질 때쯤 수평선이 시원하게 알려준다. 마지막은 귀다. 철썩이는 파도와 깍하는 갈매기 소리가 달팽이관을 타고 들어온다. 늘 궁금했다. 시끄럽지만 없으면 섭섭한 갈매기다. 저 많은 갈매기는 어디서 온 걸까. 파도처럼 저 멀리 바다에서 왔을까. 태안이 그 궁금증을 해소해줬다. 서울에서 2시간30분 남짓 차로 이동해 태안군 모항항에서 통통배에 승선했다. 섬 투어 첫 번째 행선지인 가의도까지는 넉넉하게 40여 분이 걸렸다. 가는 길에 죽도, 부엌도, 목개도, 독립문바위, 거북사위 등 희한한 모습을 한 섬들이 출몰했다.

가의도에도 중국과 얽힌 사연이 있다. 중국에서 가의라는 인물이 이 섬으로 피신해 가의도가 됐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가의도는 태안군 119개 섬 중 유일한 유인도이나, 현재 거주하는 가씨는 섬에 없다.

섬 중턱에는 초록빛 밭이 우아한 곡선으로 펼쳐져 있다. 마늘 밭인데, 그냥 마늘이 아니라 알이 6~8개로 굵은 육쪽마늘이다. 태안은 위도상으로는 쪽수가 많은 난대성 마늘을 키워야 하나 바닷바람 덕에 온도가 동위도보다 4~5도 낮아 한대성 마늘인 육쪽마늘을 재배한다. 잎이 가지런히 쭉쭉 뻗은 마늘 밭 주변으론 붉은 양귀비 꽃이 피어 있다. 우리 몸에 좋은 마늘이 선사하는 풍경과 어우러져 더욱 건강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가의도 남항에서 다시 배에 올라 파도를 갈랐다. 유조선과 화물선 옆으로 갈매기가 오와 열을 맞춰 날아간다. 카메라를 꺼내 초점을 맞추려는데, 어느 순간 사라져 버렸다. 갈매기는 시속 150㎞로 25노트(시속 46㎞)인 배보다 훨씬 빨랐다. 30여 분 지났을 때 배는 궁시도에 닿았다. 궁시도는 화살을 팽팽하게 당긴 활의 모양을 닮아 그런 이름을 얻었다. 이 섬은 원추리 꽃이 노랗게 물들어 장관이다. 멀리서 보니 노란색 꽃 사이로 하얀 점처럼 괭이갈매기가 도처에 둥지를 트고 있었다. 아까 그 녀석들인가 보다. 고양이 울음소리를 닮아 `괭이` 갈매기인 녀석들은 고공비행을 펼치면서 깍깍 울어댔다. 비현실적인 풍경에 넋을 잃고 사진을 찍다가 동영상으로 기능을 바꾸었다.

아무도 살지 않은 궁시도에 3년 전부터 괭이갈매기가 찾아왔다. 괭이갈매기 번식지로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인근 `난도`가 포화 상태가 되자 2.85㎞ 떨어진 궁시도로 옮겨왔다. 일종의 신도시인 셈이다. 이제는 난도와 궁시도를 묶어 독도, 홍도, 칠산도와 더불어 4대 집단 서식지가 됐다.

안흥항에서 가의도행 여객선이 하루 두 차례 출항한다. 보통 낚시꾼들이 1인당 수만 원을 내고 배에 오른다.

<매일경제> 권오균 기자

<*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