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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으로 찍다 박사까지… 사진의 힘, 핵폭탄 못지않죠"

개인전 'A Scene' 연 배우 박상원… 빈곤 지역서 봉사, 풍경·인물 담아

"내게 사진은 대사 없이 벌이는 연기(演技)와 같다. 배우는 거울처럼 스스로를 정확히 볼 수 있어야 한다. 때로 거울 너머 새로운 모습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사진을 찍는다는 건 사진 찍히기 위한 훈련이기도 하다."

배우 박상원(61)씨는 사진가를 겸하고 있다. 평소 어디든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순간을 포착한다. "45년 전 고등학생 때 작은누나 카메라를 빼앗다시피 해서" 손에 넣은 게 시작이었다. "멋있어서 폼으로 들고 다니고, 폼으로 찍다가, 진지하게 빠져들었다"고 했다. 박씨는 지난해 사진 관련 연구로 상명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리고 세 번째 개인전 'A Scene'을 서울 청담동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31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엔 한국과 미국을 포함해 자선 활동을 위해 찾았던 네팔·탄자니아·우간다·케냐 등에서 담아낸 풍경이 담겼다. 처음으로 인물 사진을 선보인다. 일련의 사진에 아이들 투명한 눈망울이 담겨 있다. "국제 구호 단체를 통해 각국의 빈곤 지역에 드나들 기회가 잦았다. 봉사하며 틈틈이 사진을 찍었다. 사진 촬영의 기회는 순전히 아이들 덕분이었다. 뷰파인더를 통해 내가 본 아이들, 그 너머로 나를 쳐다본 아이들과의 눈맞춤을 꺼내봤다."

전시 수익금 전액은 취약 계층을 위해 국립암센터, 다일공동체에 전달할 예정이다. 2008년 첫 사진전과 2012년 두 번째 사진전 당시에도 수익금 전액을 기부한 바 있다. "뭔가 대단한 생각이 있는 건 아니다. 사진은 그저 내게 세상과 통하는 작고 넓은 창(窓)이다. 그 창을 통해 그려진 빛의 그림이 세상을 드러낸다. 125분의 1초, 60분의 1초도 안 되는 한순간이 대사 한마디 없이 수많은 의미를 전달한다. 그게 사진의 힘이다. 결정적 순간이 주는 힘은 핵폭탄에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는다고 본다."

사진을 찍지만 동시에 찍히는 존재다. "남대문시장처럼 사람 북적이는 곳에 나가 사진 찍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외부 시선 탓에 쉽지 않다"며 "그래도 해외에 나가면 자유로운 편"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따로 출사(出寫)를 위해 외국으로 떠난 적은 없다. "일부러 짬을 내기보다 어디 갈 때마다 찍을 뿐이다. 모든 위대함은 일상에 있는 것 같다.

11월엔 배우로 돌아가 1인극을 연다. "본업이 연기라 그런지 사진의 '결정적 순간'이 내겐 '결정적 장면'으로 다가온다. 그 안에서 상상하고 망상한다. 찍고 찍히는 상황을 통해 내 모든 감각이 입체적으로 변한다. 이번 전시작 80여 점 대부분이 흑백이다. 흑백은 상상의 여지가 더 많은 색 아닌가. 사진은 '눈의 확장'이라는데, 가슴의 확장, 상상의 확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조선일보> 정상혁 기자
<*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