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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가계도` 그려보면 내 질환 보인다 
 
유방암 유전확률 40%…대장암은 5~15%

가족력은 `질병의 가계도`로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 같이 사는 사람들의 질환, 건강상태와 앓은 병, 유전병, 사망 원인을 밝혀 환자의 치료에 이용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가족력 질환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활습관병`이라고 부르는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비만, 고지혈증 등이다. 또 대장암, 유방암, 위암, 폐암, 난소암, 갑상샘암 등 일부 암도 가족력 질환에 속한다.

◆ 똑같은 생활습관이 질환에 영향
당뇨병은 한 쪽 부모가 앓고 있는 경우 자식이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15~20% 높아지고 양쪽 부모 모두 당뇨병에 걸렸을 경우 30~40%까지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
당뇨병 중 Ⅰ형은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지만 유전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Ⅱ형은 유전자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체질이 유전된다. 당뇨병은 20세까지 발병해 중증이 되는 Ⅰ형, 중년 이후에 발병하는 Ⅱ형으로 나뉜다. 전문가들은 당뇨병은 체질 유전과 함께 생활습관이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고 지적한다.
고혈압 증세도 유전되는 체질에 생활습관상의 문제가 결합돼 발병한다. 고혈압은 부모 모두 정상일 땐 자녀가 고혈압일 확률은 4%에 불과하지만 부모 중 한쪽이 고혈압이면 30%, 양쪽 모두면 50%까지 올라간다.
심장질환은 부모 중 한쪽이 앓고 있으면 자녀의 발병확률이 8~28%에 달하며 양쪽 부모가 앓고 있다면 25~45%까지 치솟는다. 고지혈증도 확실하게 유전된다. 혈중 저밀도 지방단백질(LDL) 입자를 세포 안으로 끌어들일 때, LDL수용체라는 단백질이 필요하다. 이것을 만드는 유전자에 이상이 있으면 고지혈증에 걸리며, 이는 부모로부터 자녀에게 유전된다.

◆ 위암의 유전 가능성은 약 10%
암의 유전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암의 발생 원인이 아직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암이 잘못된 식생활 및 생활습관 때문에 발생한다는 측면에서 오랫동안 같이 먹고 살았던 가족이나 친척의 암발생은 무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암 중에서도 유전성이 밝혀진 암은 대장암과 유방암이다. 대장암의 유전적 요인은 5~15%지만 특정 유전자의 변화가 대장암의 발병위험을 높인다. 대장암 발병에 취약한 사람이 올바른 식생활ㆍ생활습관을 갖지 않으면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김종원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암의 감수성 유전자를 부모 중 한 명이 가지고 있다면 자식에게 유전될 확률이 높다"며 "유전성 암은 주로 이른 발병과 다발성 발병을 특징으로 한다"고 말했다.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여성은 유방암 유발 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아도 유방암이 나타날 확률이 40%나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스티븐 내러드 박사가 유방암 유발 변이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여성 1492명을 조사한 결과, 5년 후 이들의 유방암 발생률이 40%로 일반 여성의 10%에 비해 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0세 이전에 유방암 환자가 발생한 가계에 소속된 여성은 유방암 위험이 일반 여성에 비해 15배나 높았다.
위암 환자 가운데 부모나 형제자매에게 위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대략 10%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를 모두 유전성 위암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노성훈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위암전문클리닉 팀장)는 지적한다. 그 이유로 적어도 3명의 가족에게서 위암이 확진돼야 하고 이들 중 1명은 다른 2명의 직계가족이어야 하며 또 적어도 2대에 걸쳐 위암이 발생해야 하고 이들 중 1명은 45세 이전에 위암진단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노성훈 교수는 "위암은 유전 한 가지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고 단정짓기 힘들다"며 "개인의 여러 가지 식생활, 환경, 생활습관 등에 모두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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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