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식거래 내 손안에 있소이다"
직장인들 '스마트폰 뱅킹' 열풍…요금부담 적고 속도 빨라 "올해 최대 70만명 이용"

서울 신설동의 직장인 이재림(30)씨는 요즘 아이폰(iPhone)을 이용한 '스마트폰 뱅킹'에 푹 빠졌다. 자잘한 송금 처리는 물론, 예금과 펀드 잔액 확인 등 과거 PC의 인터넷 뱅킹으로 하던 일들을 모두 아이폰에 깔려 있는 스마트폰 뱅킹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해결한다.

며칠 전엔 한 증권사가 내놓은 아이폰용 HTS(홈트레이딩시스템)를 받아 2년 넘게 안 하던 주식 거래도 다시 시작했다. 그는 "웹사이트 화면 사이를 헤집고 다닐 필요 없이 손가락 터치 몇번이면 순식간에 은행과 주식 거래를 할 수 있어 무척 편리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말 국내 통신업체 KT가 아이폰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국내에도 스마트폰 뱅킹 시대가 열렸다. 같은 해 12월 하나은행이 국내 처음으로 '하나N뱅크' 서비스를 선보였고, 뒤이어 기업은행이 올해 1월부터 '스마트 뱅킹' 서비스를 내놨다. 현재 아이폰의 앱스토어(소프트웨어 다운로드 사이트)를 통해 이들 두 은행의 스마트폰 뱅킹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은 사람은 약 11만명. KT 아이폰 이용자(1월 말 기준 30만명) 3명 중 1명꼴이다. 증권사의 스마트폰용 HTS도 인기를 얻고 있다. KB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KT의 아이폰을 통해 HTS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미 9만명 이상이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았다.

통신업계는 아이폰과 삼성전자 옴니아 시리즈, 모토로라의 모토로이 등 스마트폰 보급 대수가 연말까지 최소 2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금융 서비스는 모바일 게임과 더불어 스마트폰 보급을 이끌 양대 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 추세라면 스마트폰 뱅킹 등장 첫해인 올해에만 60만~70만명이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를 맛보게 될 것"이라며 "이는 1990년 후반 인터넷 뱅킹이 등장했을 때의 보급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뱅킹 사용자들이 급속하게 늘고 있는 이유는 휴대폰 모바일 뱅킹은 물론, PC를 이용한 인터넷 뱅킹 이상으로 빠르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 미리 내려받은 소프트웨어를 실행시키면 언제 어디서나 접속이 가능하다. 서비스 메뉴는 넓은 화면에 알아보기 쉬운 아이콘으로 꾸며져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 프로그램 실행, 서비스 접속, 페이지 전환 등이 경쾌하게 진행된다. 게다가 스마트폰 뱅킹 프로그램은 공짜로 제공되고, 사무실과 가정의 무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어 통신 요금 부담도 가볍다. 기존 휴대폰 모바일 뱅킹은 매월 1000원 내외의 모바일 뱅킹 사용료를 내고, 여기에 데이터 통신 요금까지 내 간단한 송금·이체 서비스 한번 이용에도 수백~수천원의 비용이 들었다. 아직 신규 거래(새로 통장이나 펀드를 개설하는 것)가 안 되는 것은 단점이다.

국민·우리·신한은행 등 대형 은행들은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를 올해 4월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전자 상거래가 보안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은행의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는 (스마트폰 전자 상거래와 달리)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 등으로 보호하고 있어 매우 안전하다"면서 "장차 스마트폰 뱅킹이 지점의 대면(對面) 영업이나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영업 못지않게 중요한 영업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스마트폰 뱅킹

KT의 아이폰, 삼성전자의 옴니아폰, 모토로라의 모토로이 등 스마트폰을 통해 제공되는 모바일 금융 거래 서비스. 일반적인 모바일 뱅킹이나 인터넷 뱅킹보다 빠르고 편리해 이용객이 늘고 있다. 현재는 KT의 아이폰에서만 가능하다.
 
<조선일보> 정철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