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낮잠, 오후 3시 전에 30분 정도 자야

춘곤증의 계절이 다가왔다. 포근한 봄이 오면 쉽게 피곤하고 시도때도 없이 졸음이 몰려든다. 수면 전문가들은 "낮잠은 밤잠에 문제가 있을 때 필요하며, 밤에 정상적으로 자는 사람은 원칙적으로 낮잠을 잘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른한 오후 달콤한 낮잠은 피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낮시간의 밀려드는 졸음을 참고 버텨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낮잠 자도 되는 사람 vs. 안되는 사람
낮에 잠깐 자면 피로가 풀리고 기억력과 집중력이 향상돼 일의 능률이 올라간다는 사람이 많다. 반면, 낮잠을 자면 밤에 잠이 안 와서 다음날 컨디션을 망친다는 사람도 있다. 나에게는 낮잠이 도움이 될까, 해가 될까? 박두흠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낮잠을 자도 밤에 잠드는 데 문제가 없는 사람은 오후에 피곤할 때 낮잠을 자면 실제로 업무 능률 향상 등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밤 수면 시간과 상관없이 졸음이 나타나지만, 밤잠 시간과 관계있는 경우도 있다. 전체 인구의 5% 정도는 의학적으로 밤에 10시간 이상 자야 정상적인 컨디션이 유지되는 '장기수면자(long Sleeper)', 5% 정도는 4시간 정도만 자면 저절로 깨는 '단기 수면자(Short Sleeper)'이다. 이런 사람은 흔히 낮에 졸린다. 장기수면자는 잠을 충분히 못 자서, 단기수면자는 절대적인 수면 시간이 부족해서이다. 박 교수는 "이런 사람은 낮에 잠을 보충해야 신체 리듬을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낮잠이 밤잠에 영향을 미치면 낮에 졸려도 참아야 한다. 홍승철 성빈센트병원 수면클리닉 교수는 "불면증이 있거나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은 낮잠을 삼가야 한다. 이들은 한번 낮잠을 자면 밤에 잠이 들기 힘들고 다시 낮잠이 필요한 악순환이 반복되므로, 낮에 졸려도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유아는 낮잠 재우고, 청소년은 피하는 게 좋아
낮잠의 효과는 연령별로도 다르다. 노인은 보통 수면각성주기가 앞당겨져 있기 때문에 일찍 자고 일찍 깬다. 휴식 차원에서 낮잠을 자 피로를 푸는 게 좋다. 취학 전 아동은 낮에 졸음이 오면 "밤잠 못잔다"며 억지로 깨워놓지 말고 낮잠을 재우는 게 좋다. 이 나이대는 원래 수면시간이 길기 때문에 낮잠을 조금 자도 밤잠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반면, 청소년은 수면각성주기가 뒤로 밀려 있어서 대부분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이 연령대에 낮잠을 자면 밤에 깊은 잠을 못 잔다.
일반 성인은 자신의 수면 습관을 점검하고 낮잠을 잘지 말지 결정하는 게 필요하다. 주은연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낮에 졸지 않으려고 해도 잠을 깨기가 힘들다면 만성수면부족이거나 수면무호흡증 등으로 밤잠의 질이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문제는 낮잠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평소 밤잠을 규칙적으로 충분히 자도록 노력하고, 수면장애가 있으면 근본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낮잠, 푹 자면 오히려 역효과
오후 2~3시는 하루 중 새벽 3~4시 다음으로 졸음이 쏟아지는 시간대이다. 그렇다고 회사 휴게실이나 사우나 수면실에서 '제대로 드러누워' 자면 밤잠에 영향을 준다. 잠을 자게 만드는 수면유도물질(아데노신 등)은 낮 시간대에 활동을 하지 않으면 잘 분비되지 않아 '진짜로' 자야 하는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낮잠은 잠깐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한다는 생각으로 잠이 드는 것이 좋다. 주은연 교수는 "낮잠은 오후 3시 이전에 자야 하며, 30분을 넘기면 좋지 않다. 낮잠을 너무 깊이 자면 오후에 오히려 몸이 나른하고 활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잠을 자지 않고 1시간 이상 누워있는 것도 나쁘다. 홍승철 교수는 "침대에 2시간 정도 누워있으면 잠들지 않더라도 1시간 낮잠을 잔 것과 같은 정도로 밤잠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이금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