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0&no=120789

역시 교육비가 가장 버겁네  
작년 가구당 月32만8천원…음식ㆍ숙박비 웃돌아

도시근로자들의 가계부에서 최대 지출 항목이 `교육비`로 올라섰다. 교육비는 지난해 처음으로 외식비 등에 사용하는 음식숙박비 지출액을 앞질렀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사교육비를 마련하느라 먹는 것마저 아끼고 있다는 슬픈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2인 이상 도시근로자 가구의 지난해 교육비 지출액은 월평균 32만8854원으로 가계지출에서 처음으로 가장 많아졌다. 외식 등에 지출하는 음식숙박비(31만5000원), 육류 채소류 등 가정에서 직접 요리할 때 지출하는 식료품비(30만4000원) 등이 뒤를 이었다. 
교육비는 2003년 19만7000원에서 꾸준히 늘어나 지난해에는 32만원을 넘었다. 같은 기간 교육비가 전체 가계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1%에서 14.2%로 높아졌다. 교육비를 항목별로 살펴보면 정규교육 과정 비용이 11만4000원, 학원ㆍ보습 교육비가 20만2000원, 기타 교육비가 1만2000원이다. 교육비가 계속 늘어난 것은 사교육비 증가와 맞물려 있다. 학원ㆍ보습 교육비가 2003년 12만원에서 6년 새 68.4% 늘어났기 때문이다. 교육비 지출이 식료품 비용을 앞지른 것은 2008년이다. 이번에는 교육비가 음식숙박비마저 넘어서면서 가계부에서 최고 지출 항목이 됐다. 교육비와 먹을거리 비용 격차도 점차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엥겔의 법칙`이 한국에도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가경제 규모가 커지고 선진화됨에 따라 식료품이 전체 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먹을거리는 생활필수품이어서 소득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일정량을 소비해야 한다. 유경원 금융경제연구원 과장은 연구보고서에서 "실증 분석 결과, 교육비에 대한 과다한 지출은 민간소비를 위축시키고 은퇴 대비 금융자산 축적을 저해한다"고 밝혔다.

가계의 교육비 지출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미래를 이끌어갈 인적자원을 양성한다는 점에서는 증가하고 있는 가계의 교육비 지출을 장래를 위한 `투자`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없이 살아도` 자녀 학비만큼은 아끼지 않는 부모들이 태반이라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교육이야말로 중산층이 계층 상승을 시도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사교육은 `낭비적 투자`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소득이 악화되어도 교육비를 계속 지출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면서 "사교육비 과다 지출이 경제시스템 전체의 자원 배분을 왜곡하고 있고 내수시장 활성화에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의 사교육은 창의력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줄이는 반복 연습에 불과하다"며 "입시제도 개선을 통해 사교육이 없으면 대학에 가지 못하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