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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85% “자식과 따로 살겠다”

서울 사는 8993명 설문
 
지도 제작업체에 근무하는 고현수(55)씨는 은퇴까진 채 5년이 남지 않았다. 그는 “노후대책으로 고민이 많다. 회사를 그만둘 생각을 하면 막막하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같은 회사에서 일하며 보험에 들고 저축도 했지만 노후 자금은 넉넉하지 않다. 고씨는 “아들·딸 넷을 키우고 유학까지 보내느라 노후를 준비할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노후준비로 자금 대신 기술을 배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돈이 적어도 기술만 있으면 70세까지 일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다. 틈틈이 공부해 지형공간정보기술사 자격증을 따고 토목공학 박사학위도 취득했다. 여기에 새벽마다 영어회화학원까지 다닌다.

2년 전 남편과 사별한 윤선희(50)씨는 외아들(26)이 결혼하면 아들 집 근처에서 따로 살 생각이다. 윤씨는 “며느리 눈치 보는 것도 싫고, 살림이 빠듯할 아들에게 짐이 되기 싫다”고 말했다. 그는 “근처에 살면서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정도면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씨는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어 휴일에도 쉬지 못한다. 윤씨는 “나이가 더 들면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게 노래교실이나 스포츠댄스 학원에 다녀보고 싶다”며 “인생을 돌아보면 먹고사는 데 바빠 나를 위해 살지 못했다는 게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고씨와 윤씨는 국내 출산율이 가장 높았던 1955~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다. 서울시가 28일 서울에 거주하는 8993명의 베이비부머 생활상을 조사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은퇴를 앞둔 이들의 최대 고민은 노후대책과 달라진 가족관계였다. 대가족제도하에서 태어났으나 현재는 핵가족화가 급속히 이뤄지고 있어서다. “며느리와 아들에게 부담이 되기 싫어 따로 살겠다”는 윤씨의 생각에 대다수가 동의했다(85%). 또 노인전용공간(33%)이나 가까이 살되 따로 살겠다(47%)는 응답이 많았다.

그러나 자녀 위주의 가족관은 여전했다. 절반 이상이 자녀의 교육을 위해 부모가 희생해야 한다(55%)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부부관계에서는 남녀 간에 다소 차이가 있었다. 여성보다는 남성이 배우자에게 솔직한 의사표현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성은 주로 아내(83%)와 고민상담을 하지만 여성은 남편(70%) 외에도 자녀(9%)가 상담 대상이었다. 노후를 스스로 책임지기 위해 보험(72%)에 많이 가입하고 있었다. 또 은행저축이나 공적 연금, 개인연금, 부동산 투자 등을 주요 노후대책으로 꼽았다. 교육에 대한 열정도 보였다. 베이비부머의 67%가 앞으로 더 배우고 싶다고 답했다. 그 대상으로는 컴퓨터가 30.3%, 여가 취미 30.1%, 어학 15%, 기술직업교육 11% 순이었다.

국내 베이비부머는 712만 명으로 전체인구(4887만 명)의 15%가량을 차지한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제2차 세계대전 후 태어난 베이비붐세대는 성 해방과 반전운동 등 정치·경제·사회를 주도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베이비붐세대는 흔히 ‘낀 세대’로 꼽힌다. 앞선 산업화 사회의 권위에 눌리고 뒤따른 386세대에 치였기 때문이다. 서울에는 144여만 명이 산다. 현재 9.4%인 노인인구는 이들이 노인에 편입되는 2020년이 되면 14.9%로 급격하게 늘게 된다.

<중앙일보> 한은화 기자

* 그래프 꼭 넣어주세요
 다 안 들어갈 경우 중요도
 1. 노후자금 마련
 2. 자녀교육 희생
 3. 자녀와 독립된 공간에 살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