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mk.co.kr/v3/view.php?year=2011&no=7190

[행복한 은퇴]은퇴준비 걸림돌, 자녀교육비

#1. 수원에 사는 김영호 씨(55ㆍ가명) 부부는 외아들을 잘 교육해야겠다는 마음에 어릴 때부터 매일 학원 3~4곳을 다니게 했다. 외아들은 중학교 때부터 유학길에 올라 대학까지 미국에서 마쳤다. 한국에 돌아와 대기업에 취업한 아들도 빠듯한 월급과 자녀교육비로 인해 김씨 부부를 부양하긴 어려웠다. 유학 등 교육에 든 돈은 모두 약 6억원. 결국 김씨 부부는 제대로 된 저축도 없이 노후를 맞게 됐다. 그렇다 보니 돈 문제를 놓고 아들 내외와 말다툼이 많아져 관계도 소원해졌다.

#2. 부산에서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최인훈 씨(58ㆍ가명) 부부는 아이를 낳을 때부터 불필요한 사교육은 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학원비 지출을 줄이고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늘렸다. 심지어 대학등록금도 자녀들이 직접 아르바이트로 벌게 했다. 가족관계가 원만하고 자립심이 높은 두 아들은 직장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최씨 부부가 두 아들을 키우는 데 든 학자금은 약 1억5000만원. 5억원의 은퇴자금으로 노후에도 자녀에게 손 벌리지 않고 매월 약 280만원의 연금을 받아 넉넉히 살고 있다.

A생명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 가정에서 자녀 1명을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 교육하는 데는 최소 7400만원, 보통은 1억5300만원이 든다고 한다. 하지만 특목고를 거쳐 유학까지 보내는 `풀옵션`이라면 최대 6억원까지 치솟는다. 이처럼 우골탑을 쌓더라도 자식 농사만 잘 지으면 노후가 보장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국민연금공단이 2007년 기준 만 50세 이상 86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패널조사에 따르면 75세 이상은 생활비의 평균 44.9%를 자녀에게서 보조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63~64세는 전체 생활비 중 13%, 50~54세는 4.7%만 자녀에게서 충당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노후생활의 자녀 의존도가 급감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렇다 보니 과도한 자녀교육비 지출은 오히려 은퇴 자산을 고갈시키는 가장 큰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다. 주택 마련 비용은 그나마 노후에 은퇴자금으로 활용할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교육비는 더 이상 자녀의 봉양을 기대할 수 없는 현실에서 완전한 소비성 지출일 뿐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연간 가계소득 5000만원을 기준으로 자녀교육비 지출은 매월 50만~100만원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을 고려할 때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차선책은 자녀교육비 부담을 긴 기간으로 분산하는 방법뿐이다. 즉, 사교육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어린 시절부터 교육비를 미리 준비해 나중에 교육비가 기본적인 생활이나 은퇴설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ㆍ적금 통장으로 해약의 유혹을 이기기 어렵다면 최근 부각되고 있는 교육보험이나 어린이변액보험도 해법이 될 수 있다.
교육보험은 자녀의 초ㆍ중ㆍ고교와 대학 입학 및 자기계발이 필요한 시점에 맞춰 보험금을 지급한다. 교육비 인상분을 보험 적립액이 따라가지 못한다고 생각할 경우 변액형 상품인 어린이변액연금보험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그래프>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준비 못하는 이유

*베이비붐 세대 500명 설문조사

자녀 교육비

59.0

월소득 부족

20.1

주택마련 비용

5.7

갑작스런 조기은퇴

4.4

기타

10.8

<매일경제> 전정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