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자금 묶어둘 즉시연금, 용돈 펀드 인기

주택연금 가입도 두 배로

평생 경제권을 놓지 않겠다는 고령자들이 늘면서 일명 '효자손 금융상품' 3인방이 인기를 끌고 있다. 길어진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등장한 새로운 풍속도다.

서울에 사는 주부 김모(59)씨는 최근 대학 동창으로부터 난처한 전화를 받았다. 평소 재테크를 잘해서 알짜 부자인 친구인데 느닷없이 200만원만 빌려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친구는 "사업하는 아들 뒷바라지를 해왔는데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며 "당장 방을 구해야 하는데 돈이 모자란다"고 울먹였다. 김씨는 "TV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상황이 주변에서 생겨 당황스럽다"고 했다.

'효자손 상품'이란 목돈이나 주택을 금융회사에 맡기면 월급처럼 매달 일정한 날에 꼬박꼬박 돈이 통장으로 들어오는 상품을 말한다. '효자손 상품'의 급부상은 자녀에게 기대지 않고 독립적인 가계(家計)를 유지하려는 고령자들이 늘어나는 사회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집값과 교육비에 허리가 휘는 고(高)비용 사회에서 자녀들 역시 살기가 빡빡해 부모 봉양이 힘들어지자 고령자들 스스로 대안을 찾아나서는 셈이다.

본지와 여론조사기관 포커스컴퍼니가 지난달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 같은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50대 이상 기혼 남녀 324명에게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겠느냐'고 물었더니, 응답자의 36%가 "나를 위해 쓰다가 재산이 남으면 물려주겠다"고 답했다.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줄 의향이 전혀 없다는 비율은 19%나 됐다.

[주택연금 가입자 늘고] 단위:명

2016명

515

2000

1500

1000

500

2007     2008     2009     2010년

자료:주택금융공사

[즉시연금(종신형) 인기 치솟고] 단위:원

2009     3170억

2010년  4663억원

자료:대한·삼성·교보생명 3개사 합산

[용돈펀드에 돈 몰리고] 단위:원

3223억원

1102억

3000억

2000억

1000억

2008     2009     2010     2011년

자료:제로인. 순자산 기준

<조선일보> 이경은 기자

*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