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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의 추억, 음악과 함께하면 더 길어진다

◆드라이빙(Driving)
야영지를 향해 운전을 하고 있다면 여행을 소재로 청량감을 안겨주는 가요를 골고루 듣는 게 가장 무난한 선택이다. 김동률 '출발', 노 리플라이 '낡은 배낭을 메고', YB '오늘은', 부가킹즈 '여행길' 등은 잘 만들어진 여행 노래. 조용필의 고전 '여행을 떠나요'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노래는 이승기의 리메이크 버전도 매력적이다.
일상의 피로 때문에 졸음이 쏟아진다면 질주감이 돋보이는 국내외 록 음반을 듣는 것도 방법이다. 펑키한 리듬감을 부드러운 선율로 감싼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의 '바이 더 웨이(By the Way)'는 누구에게나 평등한 쾌감을 선사한다. 전자음을 적극 활용해 맹렬하지만 감미로운 음악을 들려주는 뮤즈(Muse)의 앨범은 어느 것을 선택하든 운전자의 가슴을 흔든다. '항상 엔진을 켜둘게'가 실린 한국 인디 밴드 1세대의 간판 델리 스파이스의 'DRRR!'도 훌륭하다.

◆파티(Party)
캠핑하면 먼저 떠오르는 상징적 장면은 야외에서 벌이는 바비큐 파티다. 어떤 음악이 이 순간의 흥을 더욱 돋울 수 있을까. 취향에 따라 선택은 다양할 수 있다. 소녀시대, 카라, 2PM 등 요즘 유행하는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돌아가면서 듣는 것도 나쁘지 않다. 머릿속을 비우고 경쾌한 비트에 온몸을 맡기고 싶다면 앨범 위주로 듣는 게 바람직하다. 펑크 밴드 그린데이(Green Day)의 94년 앨범 '두키(Dookie)'는 파티용 음악의 고전으로 통한다. '배스킷 케이스(Basket Case)', '웰컴 투 파라다이스(Welcome to Paradise)' 등 익숙한 노래가 가득하다.
명쾌한 펑크의 감성을 한국적으로 재해석해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한 국내 밴드 크라잉넛(Crying Nut)의 3집 '하수연가'도 한국형 펑크록의 정수(精髓)를 담고 있다. '밤이 깊었네'가 수록됐다. 흥취가 넘실거리는 노래로 어느 곳이든 분위기를 들뜨게 만드는 밴드 마룬 5(Maroon 5)와 자미로콰이(Jamiroquai)의 앨범 중 하나를 골라도 좋다. 단순해서 더 명료한 인상을 남기는 개리지 록 밴드 화이트 스트라입스(White Stripes)와 스트록스(Strokes)의 앨범 '엘리펀트(Elephant)' '룸 온 파이어(Room On Fire)'도 시원한 야외와 잘 어울린다.<중략>

◆리딩(Reading)
캠핑을 왔다고 해서 왁자하게 놀기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조용히 자연과 벗하며 독서를 하고 사색의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 있는 휴식이 될 수 있다. 그런 경우에도 배경 음악은 큰 역할을 한다. 노랫말이 없는 연주 음반은 책에 빠져 생각의 깊이를 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두 명의 거장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Clapton)과 제이 제이 케일(Cale)이 함께 만든 앨범 '더 로드 투 에스콘디도(The Road to Escondido)'는 잔잔하지만 진심 어린 블루스 기타 연주로 듣는 이의 마음에 풍요를 안겨준다. 재즈 기타리스트 팻 매스니(Metheny)의 '오프 램프(Off Ramp)', 리 릿나워(Ritenour)의 '디즈 이즈 러브(This Is Love)'도 괜찮은 선택이다. 국내 기타리스트 중에는 박주원의 '집시의 시간'이 빼어난 완성도를 보여준다.<후략>

<조선일보> 최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