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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년 고품질 고집하다 위기 맞은 할리 … 동호회가 직접 영업 뛰어 살렸다”

브랜드 로고를 문신으로 새기는 고객들. 사장부터 현장 작업자까지 7000명 전 직원이 노타이에 청바지와 독수리나 해골 등 ‘미국적’인 문양의 셔츠를 입는 회사. 게다가 판매를 영업사원이 아닌 동호회(호그·HOG) 회원들이 맡는 회사. 바로 세계 최대의 대형(배기량 651㏄ 이상) 모터사이클 메이커인 미국 할리데이비슨(이하 할리)이다.

<사진 삽입 : 중간에 빌 데이비슨 사장>

할리데이비슨 창업자 증손 <빌 데이비슨 부사장 인터뷰>

-데이비슨 가문은 삶에 어떠한 영향을 줬는가.
“윌리엄 A 데이비슨은 증조 할아버지이자 창업자로 초대 사장이었다. 할아버지 역시 1943년부터 30년간 대표이사를 지냈다. 세 살 때부터 나를 오토바이 뒷자리에 태우고 다니면서 항상 할리의 역사와 정신에 대해 이야기를 해줬다. (지분은 2% 미만이지만) 할리는 여전히 데이비슨 가문의 기업이다. 부친인 월리 G 데이비슨은 현재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여동생 카렌도 의류와 액세서리 사업부를 맡고 있다. 오토바이를 타는 12세인 내 딸도 역시 할리에서 일할 것이다.”

-할리가 한결같이 지켜온 가치가 있다는데.
“디자인(look)·소리(sound)·진동(feel) 세 가지다. 엔진으로 움직이는 최고의 예술작품이라고나 할까. 강인한 디자인과 마치 ‘포테이토-포테이토’처럼 들리는 독특한 배기음, 그리고 살아 숨쉬는 말을 타는 것과 같은 진동, 이 세 박자는 경쟁 회사들이 흉내만 낼 뿐 진정한 가치를 재현할 수 없다. 친환경 차원에서 설령 엔진 대신 전기 모터를 단다 해도 특유의 소리와 진동은 그대로 살아 있을 것이다. 욱 큰 차별점은 바로 품질이다. 디자인 총괄인 아버지는 ‘Forms Follow Function(외양은 기능을 따라간다)’을 늘 강조한다. 부품 하나하나의 기능이 좋으면 디자인은 저절로 좋아진다는 뜻이다.”　

-할리는 1960년대 경영 부진으로 도산, 레저 회사인 AMF가 인수한 경험이 있는데.
“당시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다 일본 업체들의 도전으로 위기를 맞았다. 사실 할리는 80년대 초반까지 만족할 만한 고품질 제품을 생산하지 못했다. 하지만 81년이 전환점이었다. 아버지를 비롯한 13명의 임원진이 다시 주식을 매입해 경영권을 찾아왔다. 이후 제품을 대폭 손질했고 신기술 개발에 주력했다. 결정적인 회생의 비결은 바로 83년 조직된 할리 동호회(호그:할리오너스그룹)다. 이들이 할리를 살려야 한다며 판매에 나섰고 우리는 회생했다.”

-호그 멤버들이 영업사원을 자처하는 게 신기하다.
“한마디로 할리의 홍보대사다. 무보수 영업사원과 다름없다. 무엇보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고 활동한다. 할리에 대한 애정을 갖고 주위 사람에게 이를 전파한다. 할리를 소개해 팔아도 수당을 주지도 않는다. 그런 점에서 할리는 130여개국, 100여만 명의 스타 영업사원을 보유한 셈이다 .”

◆할리데이비슨=할리데이비슨 모터컴퍼니는 1903년 윌리엄 할리와 아서 데이비슨이 공동 설립했다. 창업 직후 아서 데이비슨의 형제인 윌리엄과 월터가 합류했다. 이들은 처음 모터사이클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동력 자전거를 만들었다. 60년대 일본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큰 위기를 겪었지만 80년대 중반 이후 부활에 성공했다. 2005년 한때 시가총액이 제너럴모터스(GM)를 앞지르기도 했다.

<중앙일보>김태진 기자
*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