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정보 새나갈 땐 배상 각오해야

경제계에 '개인정보 보호' 비상이 걸렸다. 농협과 현대캐피탈, 삼성카드에 이어 하나SK카드까지, 대단위 고객 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른 데다 한층 무거운 고객 정보 보호 의무를 규정한 새 법의 시행이 코앞에 다가와 금융사들의 경각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잇단 개인정보 유출 사고, 정보보호법 시행 겹쳐 비상 걸린 금융계

30일부터 발효되는 개인정보보호법은 각종 개별 법령에 규정됐던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단일한 법으로 통일하고, 정보 보호대상 범위도 획기적으로 넓혔다. 법 시행에 따라,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지게 되는 사업자가 350만명(법인 포함)으로 늘 것이라는 게 주관부처인 행정안전부의 추산이다.

지난 3월 공포된 이 법은 6개월 예고기간을 거쳐 이달 말 시행되는데 핵심 내용은 개인들이 정보보호 의무자(금융회사, 기업,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정보 열람과 정정, 삭제, 처리정지를 요청할 권리를 모두 보장받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에 의해 정보보호 의무를 지는 기업이나 개인은 정보 유출사고가 나면 곧바로 해당 개인에게 통지하고, 이를 관할 관청에 신고해야 한다. 개인들은 정보를 유출시킨 정보보호 의무자를 대상으로 집단분쟁 조정이나, 단체소송도 할 수 있게 된다.

◆넓어진 해킹시장, 해커들의 놀이터 넓어지나?

개인정보 보호법의 시행 탓에 역설적으로 해커들의 먹잇감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강화된 정보보호 의무를 지는 대기업이나 금융사 경영진이 일단 해킹 피해를 입으면 책임문제 탓에 이를 숨기려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해 삼성카드 고객정보 유출 사건 당시 회사 측이 이를 은폐하려 했던 상황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인터넷에서 활동 중인 조선족 해커만 약 2만명에 달하는데 이들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경고다.

보안업계에선 이 같은 법이 시행될 경우 보안개념이 약한 개인사업자들의 정보를 노릴 가능성도 우려한다. 인터넷 보안업체인 시큐베이스 이경호 대표이사는 "해킹이 쉬운 개인 홈페이지의 정보를 빼내, '당신은 정보보호 의무를 어겼다'고 협박하는 경우가 나올 수 있다"며 "개인 사업자들은 뜻밖의 해킹 위험에 먼저 대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전문가들은 영세사업자나 개인들이 해킹피해를 막으려면 우선 정보유출에 대비한 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할 것을 권한다. 보험료가 수만원대로 부담이 적고, 문제가 생겼을 때 고객 손해배상 절차 등에 대해 보험사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조선일보 김태근 기자 /이신영 기자

<*지면 구성상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