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商 나온 그녀, 유통업계의 꽃으로

유통업계의 '꽃'이라는 국내 3대 백화점에서 첫 여성 점장이 탄생했다. 롯대백화점은 청주 영플라자 점장에 고졸 판매전문직 출신인 이민숙(41)씨를 임명했다고 28일 밝혔다.

그 동안 이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에서 여성 점장이 탄생한 적은 있지만, 규모가 큰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에서 여성 점장이 탄생한 건 처음이다.

청주 영플라자 직원 450여명을 이끄는 '맏언니'가 된 이씨는 "이모처럼 누나처럼 편안하게 대했던 것이 주변의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며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입사 뒤에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1988년 충남 서천여자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그 해 1월 고졸 사원으로 본점 신사의류팀에 입사했다. 당시 고졸 신입 사원들이 그러했듯, 이씨도 판매에서 계산 업무까지 기본적인 업무를 맡았다.

이씨가 본격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한 건 1995년 매장 직원들의 서비스를 책임지는 '서비스 매니저'로 근무하면서부터. 직원들의 세세한 경조사는 물론, 고객들의 경조사까지 챙겨 이씨 이름을 대고 오는 단골 고객이 상당했다고 한다.

이씨는 협력업체와 업무를 지속하면서 '자기 계발' 필요성을 꾸준히 느꼈다고 했다. 그래서 백화점이 산학 협력 차원에서 마련한 '위탁사내대학' 프로그램을 통해 2003년 한양여대 여성인력개발학과에 지원해 2005년 졸업했다. 일주일 중 이틀 휴무 시간에 대학을 다녔다.

"협력업체 사람을 만나면 첫 인사가 '학교 어디 나오셨어요?'였던 터라 자존심이 상하긴 했죠. 하지만 그보다는 저 같은 고졸 사원들이 한 해에도 수 천명씩 배출되는데, 이 친구들에게 '너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싶어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백화점 학습 연계 프로그램'에 따라 2007년엔 경희대 경영학과에 편입해 2009년 졸업장을 따냈다. 간부 사원이 되기 위해선 경영에 관한 이론적인 학습도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당시 청량리점 식품가정팀장을 하면서 업무에 도움이 되고자 '와인 어드바이저' 자격증도 따냈다.

이민숙 점장은 20~30대 젊은 여성 직원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영플라자점에서 여성이라는 장점을 한껏 발휘하고 있다. 얼마 전 있었던 노사협의회에서도 '임산부 케어 프로그램'을 유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씨는 "인생은 노력하는 만큼 보답이 온다고 생각한다"며 "여성 특유의 감성을 잘 살려 직원들이 계속 일하고 싶어하는 회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최보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