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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진료비 눈덩이처럼 느는데… 메울 방법은 깜깜

새해를 2개월여 앞두고 있는 건강보험공단 재정관리실이 고민에 빠졌다. 내년에 1조원대의 적자가 날 것이란 예측이 나왔지만, 이를 메워 줄 건강보험료 인상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건보료 인상에 부정적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제 전망도 점점 나빠지고 있다.

한 건보공단 직원은 "현재로선 내년 초로 예정된 약값 일괄 인하(최대 7000억원 비용 절감 효과)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확실하게 이뤄질지 불안해하는 분위기다.

건보는 그해 걷은 건보료로 그 해 지출을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온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재정 위기는 내년을 고비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가장 큰 문제는 급증하는 고령화로 인한 노인 진료비의 증가다. 노인 진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의 진료비를 보면, 2006년 8조5000억원에서 2009년 13조6000억원으로 매년 10% 이상 늘고 있다. 증가세는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 30%인 전체 진료비 중 노인 진료비의 비중이 2015년 36%, 2020년 38%에 달하면서 건강보험 적자도 2015년 5조원, 2020년 16조원에 이를 것으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전망했다.

건강보험이 '고령화의 함정'에 빠지는 셈인데, 일본의 경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75세 이상의 노인을 위한 '후기고령자 의료제도'라는 별도의 건강보험 제도를 만들었다. 이렇게 하면 기존 건강보험의 노인 의료비 부담이 대폭 줄면서 건보 재정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경제 악화라는 복병(伏兵)도 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전체 수입의 약 80%를 직장·지역가입자가 내는 건보료에 의존하는데,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라 일제히 긴축에 나설 경우 국민의 소득이 줄어들고, 그 영향으로 건보료 수입도 예상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국내·외 경제연구소들은 이미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4%대에서 3%대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경제여건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건보 제도가 적은 재정으로도 굴러갈 수 있도록 고비용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내년 1월로 예정된 약값 강제 인하를 비롯해, 총액계약제(건보가 대형 병원에 지급하는 연간 진료비를 일정액으로 제한하는 제도), 포괄수가제(각각의 의료 행위가 아닌 특정 질환 치료를 기준으로 진료비를 지급) 확대 등이 대표적인 개선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내년 총선·대선을 앞둔 정치권 분위기는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제약회사와 의료계 이익단체들이 표(票)를 앞세워 정치권에 약값 인하 완화, 포괄수가제 도입 연기 등을 로비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국민의 표심을 노린 성급한 건보 혜택 확대까지 논의되고 있어 건보 제도의 개혁이 쉽지 않은 여건"이라고 말했다.

정철환 기자